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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 중등교육기관 설립 가능할까?
2004년 11월 26일 () 14:04:00 webmaster@mjmedi.com
필요성 공감 불구 현실화 막는 요인 수두룩
논거 보충되면 의외로 탄력 받을 가능성도

한문실력과 동양적 자연관, 물질관을 배양하기 위해 민족사관고등학교와 같은 중등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이런 논의는 지난 4일 대한한의학원전학회가 주최한 2004년도 국제학술대회에서 함소아한의학연구소 박찬국 소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에 의해 제기됐다.

이날 ‘황제내경에 의한 현대의학의 검증’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박 소장은 민족사관고등학교와 같은 중등교육기관을 세워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한 조기교육을 시행하면서 한문 실력과 동양적 자연관 및 물질관을 배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 소장은 한의학에 한정하지 않고 동양학 전반을 가르치는 초·중·고를 대안학교나 특목고 형태로 설립하면 된다는 견해도 밝혔다.

동양학 관련 중등교육기관 설립론이 나오자 한의학교육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부심하고 있는 한의계는 ‘재미있고 신선한 아이디어다’, ‘이상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동시에 ‘과연 현실화될 수 있겠느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아 향후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의협이 오랫동안 추진한 교과서 개정작업으로 한의학용어정도는 아는 수준이 되었지만 서양화된 학생들의 사고방식을 바꿀 정도는 아니므로 동양철학 등 동양학 전반을 아우르는 교육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지만 현실 제도로 구체화될 수 있느냐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등교육기관 설립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현행 교육시스템아래서 동양학 초·중·고를 나온사람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가장 먼저 나타냈다. 가령 예고, 국악고, 과학고, 외고 출신자의 대학진학 폭이 넓지만 동양학 고교 출신자가 진학할 수 있는 학과가 어느 정도 되겠느냐는 것이다. 대학 진학률과 고교 입학 경쟁률과 상관성을 가지는 성격상 이 문제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대가 자연계로 분류돼 있는 상황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학생들의 입학은 다소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한 4+4제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도의 한 개원한의사는 “한의대 교육시스템이 4+4제로 바뀌면 중등교육기관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박 소장의 주장은 그야말로 이상적 담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찬국 소장은 “한문과 동양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성적이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설령 대학에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회생활을 잘할 것”이라면서 “제일 큰 문제는 대학 입학률이 아니라 설립비용”이라고 밝혔다. 자금문제만 해결되면 나머지 문제는 설립위원회를 구성해 시간을 갖고 논의하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앞으로 이런 자신의 생각을 공론화해 여론에 불을 지필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필요성과 현실론이 대립하는 중등교육기관 설립론은 이와 같이 일단 부정적인 여론으로 시작했지만 공론화되고 논거들이 보충되면 의외로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필요하다는 인식만 싹트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제도화됐다는 것이 한의계의 오랜 경험이기 때문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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