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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0.10.16 00:00
  • 수정 2017.08.10 16:40
  • 호수 342

당진시대 편집부가 추천하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사랑하는 스승의 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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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보면 행복해진다

사랑하는 스승의 마지막 수업 - 죽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designtimesp=13273>

미치 앨봄 지음 / 공경희 옮김 / 세종서적 펴냄 / 7,200원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딱딱한 보고서나 학술서는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소설 형태를 띤 실화다. 실화라고 해서 무슨 센세이션한 사건을 다룬 괴기적이고 선정적인 기록인 것은 정말 아니다.
이 책은 고요하고 일상적이며 평범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날마다, 마치 우리가 매번 들숨과 날숨을 쉬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 만큼이나 흔하고 자연스럽게 겪는 죽음. 우주는 우리의 들숨과 날숨으로 지탱되는 생명처럼 탄생과 죽음으로 질서를 유지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흔한 죽음에 관한, 흔하지 않은 접근과 기록이다.
죽음이라는 사건이 사건을 이루는 배경은 보통 가족인 데 반해 이책은 수십년만에 재회한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죽음에 관한 체험서다.
저자 ‘미치 앨봄’이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책은 사랑하는 스승의 마지막 수업에 관한 기록이다.
그 수업은 교재도 없고, 노트도 없으며 강의계획도, 강의실도 따로 없는 수업이었다. 병으로 드러누운 스승의 집과 병실이 강의실이었고, 평생을 성실하고 인간적이며 진취적으로 살아온 스승의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과 인간관계에 관한 마지막 성찰이 강의 내용이었으며 수강생은 단 한사람, 주인공인 제자 미치였다.
강의는, 살아남아야 하는 제자가 자신의 삶을 바로잡기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들로 질문을 정하고, 생명이 스러져가는 스승이 간간이 숨을 몰아쉬며 이에 답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죽음을 앞둔 스승과 사랑하는 제자의 만남은 매주 화요일에 이루어진다. 그것이 이책의 표제다.
하지만 그들의 재회는 결코 아름답게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대학시절, 존경하는 스승 모리로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바른 원리를 배우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사회에 첫발을 디딘 미치는 세상이 결코 자신이 꿈꾸던 그런 곳이 아님을 알고 점차 세속적인 삶에 젖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스포츠기자로 스타들의 삶을 쫓는 바쁜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TV를 통해 오래전에 헤어진 스승 모리수가 죽음을 앞둔 자의 심정을 이야기하는 인터뷰 장면을 보게된다. 죽음을 비참하게 여기지 않고 공개적인 인터뷰를 수락하고, 자신의 죽음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삶의 의미를 묻는 스승의 모습에서 미치는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던 그시절의 자신을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
그를 기다렸던 스승 역시 자신의 심정과 생각들을 제자에게 남김없이 털어놓는다. 그 이야기들이 너무 솔직하고 명쾌하기 때문에 이책은 마치 인생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쉬운 철학과도 같다.
이책은 제목을 읽고 서문, 본문으로 들어갈수록 소크라테스를 연상시킨다.
소크라테스는 종교적 율법과 독선에 사로잡혀 있던 당시 사회에 ‘자기 자신을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각성의 물결을 일으켰고 그 때문에 교회지도자들의 미움을 받아 신을 거역했다는 죄목 아래 독배를 받는다. 그는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자신의 상태가 어떠한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어떠한지를 제자들에게 알려주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앎’을 사랑하고, 안 것을 만인에게 가르치며 스스로 안 것을 따라 사는 선지자와 스승들의 공통적인 열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쉽고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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