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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신라인과의 대화
2004년 12월 03일 () 14:00:00 webmaster@mjmedi.com
   
 
일본 화가의 작품에 담긴 경주 남산

이 책의 저자 히라노 교코는 일본의 원로 화가이다.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던 그녀는 젊은 시절 심한 질병을 앓고부터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불교에 심취하게 되고 생사를 넘는 시간의식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런 그녀가 우연한 기회에 한국인 기자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한국의 불교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소개를 받고 경주의 남산을 20여 년 간 답사하면서 남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불교문화, 특히 불상을 그녀의 작업주제로 삼게 된다.

이 책은 그녀가 남산에서 신라인의 예술정신이 불교미술의 정수로 어떻게 구현되었는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또한 이를 그림으로 실어 놓았다.

히라노는 이 책에서 “경주 남산을 주축으로 하여 한국 풍토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불교유적은 나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나의 작품활동의 한 기점이기도 하는 그 전망은 만만찮은 정감을 일으키게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1977년 처음 남산을 방문하여 마애불을 보고서 그 전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친근함에 사로잡혔고, 그 후에도 수없이 남산의 계곡을 누비고 다니며 감성의 파동을 계속 일으키는 ‘남산의 場’을 통해 그녀의 생애에서 잊어버릴 수 없는 에너지의 발로를 느꼈다고 한다.

히라노는 경주 남산의 존재를 통해 민족의 자긍심과 민족의 건전한 생활사상을 파악했고, 그것을 통해 얻은 知와 愛를 그녀의 작품세계에서 표현하는 것에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고, 화가로서의 보람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특히 남산의 마애불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독립된 불상을 움직이기 쉽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종교공간에 옮겨 놓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들판의 부처이자 산의 부처로서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일체화하면서 살아온 신라인의 지혜에 감탄하고 있다.

이렇듯 美의 정점을 찾아 평생을 살아온 히라노는 경주 남산에서 우주의 미를 발견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그녀의 작품세계의 바탕이 되어 오고 있다.
이 책은 박물관에 옮겨진 문화유산이 아니라 자연의 생동감 속에서 아름다움과 신라의 정신을 발산하고 있는 남산의 매력을 화폭에 담아낸 글과 그림들이다.

1930년 일본 카나가와현에서 태어난 히라노 교코는 1951년 화가로 입문한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미술전에 출품하고 개인전을 열었다.
특히 1976년 부산일보사와 부산문화방송이 공동주최한 개인전을 비롯해 1978년 ‘신라의 美를 세계에서 찾으며’, 1980년 KBS가 주최한 ‘히라노 교코 초대 개인전’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기도 했다. <값 7천5백원>

강 현 호
경북 경산 혜성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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