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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2005년 01월 14일 () 14:00:00 webmaster@mjmedi.com
   
 
욕구를 채우는 신비스런 공간

2004년은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느, 베를린, 베니스)에서 모두 수상한 대단한 한 해였다. 그 중에서도 <사마리아>로 베를린에서, <빈 집>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그야말로 2004년 최고의 감독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해외에서는 인정을 받는 감독이지만 국내 관객들에게는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고독한 작가주의 감독으로 항상 극단적인 열광과 비판을 한 몸에 받는 감독이다.

그 중에서도 <빈 집>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그의 독특한 영화적 실험 정신이 나타나 있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국내 개봉 당시 1만 7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쳐 많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태석(재희)은 광고전단지를 대문마다 붙여 놓은 후 집에 사람이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를 확인하고, 빈 집일 경우 무단침입을 한다. 하지만 그는 물건을 훔치는 강도짓을 하기보다는 빈 집을 구경하고, 심지어 빨래까지 해주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어간 빈 집에서 남편에게 매를 맞고 사는 선화(이승연)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면서 가까워지게 되고, 같이 빈 집들을 방문하게 된다.

비어 있는 집에 들어가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빈 집이란 점차 황폐해져 가는 현대인들의 여러 욕구를 배설하거나 채우는 공간으로 태석과 선화는 주인이 있든 없든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그들의 물건을 자신들의 물건인양 소유하고, 사용하면서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그들의 욕구를 하나씩 채워나가며 평온을 얻는다. 물론 현실 세계는 냉혹해서 그들은 고통을 받게 되지만 곧 다시 현실을 뛰어 넘는 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어쩌면 그들은 빈 집을 통해 현실과 초현실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빈 집>에서 주인공 태석과 선화는 대사가 한마디도 없다. 대사를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거쳐가는 빈 집의 주인들과 그들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영화가 절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뭔지 잘 모르는 신비감에 휩싸여 버린다. 지금까지의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는 사뭇 다른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그리고 영화의 영어 제목은 <3 Iron>으로 <빈 집>이라는 제목과는 연결이 전혀 안되지만 골프채 중 가장 힘이 좋으나 치기 어렵다는 3번 아이언이 영화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찾아보는 것도 영화 보는 재미를 한층 올려줄 것이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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