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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8.08.31 00:00
  • 호수 238

어려운 이웃과 아픔을 함께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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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논 절반이 자갈밭으로
“나보다 못한 사람 있겠지” 위로하는게 약

땅 한평없는 영세장애인
순성면 갈산리 고건영씨

순성면 갈산리 윤곤강 시인의 묘역입구에서 사는 고건영(60세)씨는 지난번 집중호우로 임대해 농사짓는 논 1천평중 절반이 수확을 할 수 없게 됐다.
평생 자신의 땅이라고는 한평도 갖지 못한채 가난하게 살아온 고씨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간신히 몸을 움직이는 장애인으로 월 10만원 남짓의 정부보조금이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30여년전 아내는 핏덩이 딸 하나를 낳고는 집을 나가버려 고씨는 노모와 함께 딸을 키우며 어려운 생활을 해왔다. 취로사업이 있으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며칠 나가 일하곤 했지만 고정적인 수입원이 돼주진 못했고 오로지 정부에서 대주는 보조금에 의지해 살았다.
딸은 출가하고 어머니도 돌아가셔서 혼자살던 고씨는 다행히 지난해부터 동생 내외가 들어와 함께 살면서 외롭진 않게 됐다. 그러나 막노동판에 나가던 아우도 건설경기가 침체되자 일거리가 떨어졌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자고 올해 논 1천평을 빌려 농사를 지었는데 이번 수해로 큰 피해를 입어 생계비는 고사하고 비료값이라도 건질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위치 좋은 땅은 구할 수조차 없어 산주변 비탈논을 얻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화근이 된 것이다.
“가난한 사람 알아보고 물난리 난거지유.”
남의 논 빌려 농사짓는 이웃사람도 이번에 피해를 입었다며 고씨는 한숨 짓는다. 아우는 물난리 나고 며칠간 하도 속이 상해 밥도 먹지 않았다.
일찍 남편을 잃고 혼자 두아들 키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나마 보조금도 줄어 고씨는 더욱 걱정이다.
가을엔 길가 코스모스 꽃씨를 거두는 일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는 고씨는 나보다 더 못한 사람도 있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게 수해로 인한 고통을 잊는 유일한 약이라고 한다.
농협 481076-51-003302 고건영










투병생활 10년 팔순 부모님에 생계의지
수해입어 이중고, 자동차 정비 배우며 재기 몸부림

당진읍 읍내리 박흥진씨

박흥진(36세)씨는 당진읍내 대진상사뒤 구멍가게가 달린 방 한칸에서 아내와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살고 있다. 이번 수해로 집이 침수돼 보일러가 고장나는 등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박씨는 벌써 몇년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신장병으로 8년간이나 투석치료를 받아야 했고 지난해에는 결국 이식수술까지 받았다. 한 때는 고향인 고대에서 촉망받는 영농후계자로 농사를 짓기도 한 박씨는 갑자기 신장병을 앓기 시작해 힘든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고향을 떠나 당진읍으로 나왔다. 농사채는 병원비로 다 날렸고 구멍가게라도 하면서 생계를 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마저 인근에 대형슈퍼가 들어서자 더이상 장사가 안돼 그만두어야 했다. 지금 박씨네 세식구의 생계는 시골에 계신 노부모님이 논 몇마지기 임대해 농사짓는 것으로 이어가고 있다.
몸도 몸이지만 자신 때문에 팔순이 넘어서까지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뵐 때마다 박씨는 마음이 더 쓰리다. 몸을 많이 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농사밖에 지을줄 몰랐던 박씨에게 마땅한 일거리가 있을리 없다.
한 때는 그렇게 무기력해진 자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었다는 박씨는 그 어려운 시절, 꿋꿋이 곁에서 지켜준 아내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런 아내가 없었으면 아마 자살을 택했을지도 모른다는 박씨. 그는 지금 이식수술후 서서히 나아지는 몸을 일으켜 국비훈련생으로 자동차정비와 중장비 운전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과연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 그리하여 고생하는 노부모님과 아내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박씨는 아직 자신의 나이가 30대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는 때라는 것을.
농협 481010-52-139944 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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