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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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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완 / 탑동감리교회 담임목사

잃은 것보다 남은 것이 많은 사람들

일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좥대한민국 50년 - 우리들의 이야기 전좦을 관람하였다. 3층 전시장에서 열린 “이승은 허현선 부부”의 ‘엄마 어렸을 적엔···’은 눈물이 겹도록 옛 추억을 그립게 안겨주었다. 우리들의 이야기며 나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작품 가운데 좥어머니 방좦이라는 작품은, 한국전쟁 직후 너무도 가난했던 50년대의 안방이야기가 너무도 진솔한 감동으로 저리게 표현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화장품병에 떨어진 양말을 씌워서 기우시고 막내는 어머니 등에 기대어 형과 만화책을 가지고 짜증을 부리고 있다. 작은 군용담요에는 아버지의 밥 한그릇을 식지 않게 싸놓았는데 삼남매는 주발 뚜껑이 넘어져서 밥알이 튀어나온 줄도 모르고 담요를 끌어당기며 빌려온 만화책 붙들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벽에 붙은 상장과 빛바랜 사진들이 가지런히 걸려있다. 어머니의 왼편에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밥상이 다정스레 놓여있고 무쇠화로에는 된장찌개가 끓고 있다.
둔탁한 합판으로 만들어진 서랍장 위에는 빨간색, 초록색 덮개의 얄팍한 이불이 베개 몇개와 쌓여져 있다. 이것이 안방 살림도구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섯식구의 얼굴에는 마냥 행복한 기쁨이 터질듯 하다. 그 밝고 강한 의지가 넘치는 이유를 우리들은 알고 있을까.
사상 최대의 폭우가 당진에 쏟아지던 저녁, 그리고 읍내의 신·구시장이 물에 덮이던 새벽, 나는 망연자실해 하는 이웃들과 눈물을 같이 흘리며 그 현장에 있었다. 그리고 아비규환과도 같은 그 현실은 한참이나 계속됐다.
어려운 시간들을 담보하고 모아서 애지중지하던 장농속들(?)이 냄새나는 흙탕물에 절여져서 쓰레기로 쌓여지는 가슴저리는 아픔도 있었다. 물에 젖은 앨범속의 사진들을 꺼내서 그늘에 말리는 모습은 애잔하기까지 했다.
거액의 재산피해가 공식집계로 발표되면서 우리를 놀라게 하였지만 상처가 어찌 그것 뿐이겠는가? 귀중한 생명들까지 잃은 우리의 터널속을 생각한다면 값을 따질 필요도 없는게 아닐런지. 아직도 어두움 중에 있고 당분간은 계속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시대에 희망을 발견해야 한다.
잃은 것이 많다는 것은 소유한 것이 많았었다는 것이다. 인형전의 좥어머니 방좦 안에는 잃을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행복한 미소가 있었다. 잃은 것 슬퍼하지 말고 내게 있는 것을 헤아려 감사할 수는 없을까?
수해로 잃은 것이 아깝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아무것도 없이 살아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소유가 무의미하다는 말도 더더욱 아니다. 현재 내게 있는 것에 비중을 두자는 뜻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썰물 때문에 황량하지만 생명을 몰고 다가올 밀물의 때를 기다리는 우리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는 말이다.
더구나 우리가 하나님의 선한 뜻을 의지한다면 측량 못할 꿈이 내일에 있지 아니한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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