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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도덕적 동물
2005년 02월 18일 () 15:00:00 webmaster@mjmedi.com
   
 
진화심리학의 대변서

의식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하는 것보다 더 케케묵은 논쟁도 없을 것이다. 최근까지의 주류는 후천적이라는 것에 무게중심이 훨씬 더 많이 실렸고, 타고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 같다.

문화나 사회적 환경에 의해 인간은 교육받고 길들여진다는 것이 정설처럼 인정받았다. 남녀의 차이도, 지적 능력의 차이도, 성격의 차이도, 계급의 차이도... 모든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형태들은 환경과 사회적 관계에 의해 주도적으로 영향을 받고 형성된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처럼 통용되었다.

그러나 인간을 사회적 관계의 총체라고 생각했던 현실 사회주의는 인간본질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며 종말을 고했다. 사회를 고치고 제도를 고쳐도 인간의 관습은 바뀌지 않았고, 그 본질마저 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사회개혁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그 구체적인 형태나 방법에서 변화를 보였고 일정한 진보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과 공격성과 경쟁과 질투심을 없애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사회개혁이 아직 미진하기 때문에, 아직도 그 이기적인 사회의 잔재가 남았기 때문에 그럴까.

추상적인 논의 이전에 인간의 몸의 구조는 인간의 탄생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그 예로 남녀의 차이는 단순한 문화적인 교육에 의해 습득되는 것 이전의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남성이 성행위에서 사정하는 정자중의 수정능력을 가진 것은 10% 미만이다. 나머지는 기존에 있는 정자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 정자잡이와 다른 정자가 침입하는 것을 방어하는 방패막이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몸의 구조는 인간이 일부일처의 평온한 형태의 구조가 아닌 여성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수정경쟁 속에서 재생산되어왔음을 이야기한다. 일생동안 2~3천 번의 성행위를 하고 2~3억 마리의 정자를 한번에 사정하는 것이 단 몇 명의 자식을 낳기 위한 행위로 보기에는 비효율적이며, 엄격한 일부일처제에서는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간 몸에 나타나 있는 살아 있는 화석의 증거는 남녀나 바람둥이 기질을 가지고 있고, 남녀의 신체적인 조건의 차이에 의해 누가 더 심한 바람둥이 기질을 타고나고 누가 더 성행위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일 것인가에 대한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의 정신을 진화론적으로 풀어내는 진화심리학은 서구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시작하였지만 그 영향력은 날로 커지는 듯하다. 지금까지 국내에 진화심리학에 대한 소개는 부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일부의 책들은 진화심리학의 일부분인지도 모르게 번역되고 소개되었다. 진화심리학의 대변서처럼 쓰여지고 아직까지도 가장 많이 읽히는 책중의 하나인 이 책이 쓰여 진 지 10여 년 만에 번역된 것은 진화심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번역이 약간 영어문체이고 이야기의 흐름이 기존의 기본적인 내용을 모르고는 리듬이 끊어 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분야에 처음이라면 하룻밤의 지식여행 진화심리학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값 2만5천원>

권 태 식
서울 구로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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