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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1998.11.02 00:00
  • 호수 247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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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자 기자

민선시대에도 행정을 못믿는 이유

“주민들 손으로 직접 뽑은 군수가 당진군을 이끌어 가는데도 왜 행정을 못믿는가?”
집단민원에 ‘시달리던’ 당진군청의 한 공무원이 언젠가 푸념삼아 내뱉은 말이다. 민선시대는 결코 주민에게 피해주는 행정은 하지 않는데 주민들은 관선시대의 행정불신을 여전히 씻지 못해 일 추진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는 하소연이었다.
주민들의 행정불신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다. 자리만 바꿔 앉으면 그만인 무책임 행정, 무조건 ‘안된다’로 시작되는 규제 위주, 권위주의 행정. 관선시대 때 ‘당한’ 이런 경험들이 뇌리에 박혀 행정불신은 ‘고정관념’처럼 돼버려 필요 이상으로 공직사회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주민도 일부있다.
그러나 고정관념을 못버리는 주민들을 탓하기에 앞서 공직사회 스스로 행정불신을 씻기위해 얼마나 민선시대에 걸맞는 열린 행정을 펼쳐왔나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 행정불신의 근원은 그동안 우리의 군행정이 행정수혜의 당사자인 주민들을 소외시켜 왔다는데서 비롯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본사에서는 며칠전 97년도 당진군 결산검사자료를 당진군에 요구한 적이 있었다. 한해동안 주민들이 낸 세금이 얼마나 잘 쓰여졌나, 불필요한 곳에 낭비된 예산은 없었나, 군의회 의원을 비롯한 결산검사위원들이 한달동안 예산집행내역을 검사한 자료였다.
두말할 나위없이 이는 비단 언론기관이 아니더라도 허리띠 졸라매며 납세의 의무를 다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공개요구를 할 수 있고 챙겨 볼 권리가 있는 사항임에 틀림없었다. 오히려 이런 사항은 주민들이 공개요구를 하지 않아도 군이 알아서 먼저 알리는 게 바람직하며 신뢰를 얻는 계기도 될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진군의 관련된 두 부서에서는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이의 공개를 거부했다.
당진군 재무과.
의회라는 타 기관에서 내놓은 자료이므로 자신들은 유출시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의회사무과.
담당계장이라는 사람은 한술 더 떠 “거기가 감사기관이냐”고 따지며 자료제출은 커녕 “의장하고 상의하라”고 떠밀었다.
언론의 역할에 대한 무지의 소치까지 굳이 탓할 필요는 없겠다.
행정불신은 바로 주민들의 정당한 알권리마저 공무원의 입장에서 철저히 묵살되고 있는 현실이 뒤바뀌지 않는 한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열린행정이 구호로 끝날 때 당진군의 지방자치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지방자치는 주민자치이고 주민자치는 열린행정에 의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을 굳게 잠궈 놓고, 왜 안들어 오느냐고 더이상 주민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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