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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구(Rouge)
2005년 04월 08일 () 14:01:00 webmaster@mjmedi.com
   
 
장국영과 매염방에의 노스탤지어

2003년 4월 1일, 잠을 자기 위해 누워 있을 때 갑자기 장국영이 자살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날이 만우절이라서 농담으로 여기며 한 마디로 무시해 버렸지만 그것은 사실이었고, 인터넷과 TV에서는 그의 알 수 없는 죽음에 관한 기사가 연일 보도되었다. 그 후 그의 죽음이 서서히 기억에서 잊혀질 즈음 매염방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가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배우도 아닌데 불구하고, 그들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은 홍콩 영화가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전해 준 노스탤지어는 아닐는지…

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인지구>라는 영화의 연장선상에 닿아있다. 1986년도 작품이지만 생전 그들이 남겼던 매력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영화로,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난 절친한 친구 사이의 모습을 연상시킬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1980년대의 어느 날, 한 신문사에 여화(매염방)가 찾아와 ‘도련님, 3811. 그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여화’라는 광고를 낸다.

그러나 여화는 이미 1930년대에 세상을 떠난 귀신이다. 그녀는 원래 유명한 기생으로 유곽에서 부잣집 도련님(장국영)을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집안의 반대로 결혼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고민 끝에 두 사람은 자살을 하자고 하지만 여화만 죽고, 도련님은 죽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는 50년이 지난 후에 도련님을 찾기 위해 이승으로 오게 된다.

이 영화는 귀신이 등장하지만 전형적인 귀신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1930년대를 원색이 강조된 화려한 화면으로 보여주고, 1980년대의 모습은 어두운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옛 홍콩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얘기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예전의 연인과 현대의 연인들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사랑의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또한 당시 홍콩 영화계에 강시 영화와 귀신 영화가 유행하면서 황당하고, 과장된 귀신 영화가 양산되는 것에 따끔한 일침을 놓으며 비웃는다. 전체적으로는 슬픈 멜로드라마이지만 감독이 곳곳에 숨겨 놓은 이런 장치들을 찾으며 영화를 본다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입술연지를 뜻하는 루즈(Rouge)로 두 사람이 사랑의 정표로 나누어 가진 연지함을 지칭하는 것인데 한자로는 인脂구로 표기한다.
따뜻한 봄날, 아련한 옛 추억에 빠지며 지금은 세상에 없는 배우들이지만 그들의 순간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 쯤 볼만한 영화로, 장국영과 매염방의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그려진 탓에 매년 4월이면 이 영화가 생각날 것 같다.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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