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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0.09.04 00:00
  • 호수 337

매체비평/8월의 나쁜 방송-SBS '러브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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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의 나쁜 방송 - SBS 러브게임(일요일 오전 9시 50분)

‘진실한 사랑만들기’보다는 방송용 이벤트 전락

요즘 방송 3사가 경쟁적으로 일요일 오전시간에 연예인 대신 일반인들을 출연시키는 ‘짝짓기’ 프로를 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부분 젊은 일반인들을 출연시켜 미팅이나 맞선을 공개적으로 한다. 때아닌 호황을 맞은 방송 3사의 ‘짝짓기’ 프로그램들은 공통적으로 “남녀간의 건강한 사랑만들기”라고 제작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건전한 만남’ 보다는 ‘재미’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특히 SBS의 러브게임은 다른 방송사의 ‘짝짓기’ 프로그램보다 더 남녀간의 만남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러브게임은 “클럽 싱글즈”, “손을 놓지마”, “러브 PR” 이렇게 3꼭지로 구성돼 있다. 이중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꼭지는 “클럽 싱글즈”와 “러브PR”이다.
“클럽 싱글즈”는 4명의 남성 출연자들이 방송사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숙박을 하면서 7주 동안 여성 출연자에게 선택될 때까지 애정공세를 펴야 한다. 7주 동안 여성출연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강제퇴소’를 당하게 돼있다. 클럽 싱글즈는 시작할 때 “네 남자들의 건강한 사랑만들기”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하지만 내용의 대부분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건강한 사랑만들기와는 거리가 먼, 방송용 이벤트로 채워져 있다는 지적이다.

건전한 사랑만들기 보다는 이벤트 위주
이 프로그램은 4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이라는 성비 불균형 때문에 ‘여성이 남성을 선택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때문에 4명의 남성은 여성에게 선택받기 위해 방송사가 요구하는 장기자랑이나 게임, 여성출연자가 요구하는 비정상적인 행동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서 가장 특출난 남성은 여성 출연자와 1:1일 데이트를 잠시 동안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클럽 싱글즈는 처음 제시한 ‘건강한 사랑만들기’ 대신에 여성에게 선택받기 위한 남성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방송시간 내내 보여진다.
이들은 여성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버릇처럼 한다. 또한 방마다 설치된 몰래카메라로 남성 출연자들의 가장 개인적인 순간까지도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위한 ‘꺼리’로 보여진다. 더구나 마지막에는 남성 출연자들이 여성에게 하는 프로포즈는 여성 출연자에 대한 정보가 거의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클럽 싱글즈에서 우승하기 위한 행동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남성들의 프로포즈는 다분히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지난 6월 방송분 중 7주를 맞이한 한 남성출연자를 위한 극적인 연출장면이 많았다. 숙소 옆 아파트를 빌려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방안 가득 풍선과 촛불로 여자 출연자를 안내해 영화 편지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자신의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한 것을 보여주면서 여자 출연자에게 프로포즈를 한 장면은 숙소에서 함께 기숙하는 남자 출연자가 혼자 준비하기에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클럽 싱글즈에서 7주를 채운 사람들의 마지막 프로포즈가 공통적으로 화려했다는 점에서 그 진실성 여부에 의심이 간다는 비판이다.
이처럼 클럽 싱글즈는 건강한 사랑만들기 프로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제작진들은 남성 출연자들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에 더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클럽 싱글즈가 남녀간의 만남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일반인들의 사적인 만남을 TV를 통해 공개적인 ‘재미’로 만드는 프로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출연자를 ‘재미’로 만드는 현재의 진행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듯한 연출
<러브게임>의 또 다른 꼭지인 “러브PR”은 이 프로그램에 신청한 남성 출연자의 일상과 취미·특기 등을 코믹다큐 형식으로 찍은 후, 그 비디오를 러브게임 방청객에게 보여준다. 이때 방청객들은 남성이 마음에 들면 버튼을 눌러서 30명 중 25명 이상이 찬성하면 무대로 나와 방청객 중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찍은 후 그 여성도 마음에 들면 커플이 된다는 내용이다.
SBS는 이 프로그램이 “용기있게 자신을 PR하는 사람이 사랑을 얻는다”고 제작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 보여지는 ‘러브PR’의 주인공들은 용기있는 사람보다는 프로그램에 의해 연출된 사람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 프로는 남성 출연자의 영상 프로필을 셀프카메라 형식이 아닌 제작진이 찍는다. 때문에 영상 프로필은 다분히 제작진의 의도에 의해 연출된 모습이 보인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청객들이 들고 있는 인형은 방청석에 앉아있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귀엽고 소녀적인 여성’으로 한정시키는 인상을 준다. 때문에 ‘왕자’처럼 연출된 남성 출연자의 이미지와 선택을 기다리는 ‘공주’같은 여성 방청객의 이미지가 극대화 된다. 물론 남성 출연자의 출연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방청석에 앉아있는 여성들이지만, 방청석에 앉아있는 30여명의 여성들은 ‘선택된 왕자’에 의해 또다시 ‘선택’을 받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는 다분히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듯한 제작진의 의도된 연출이라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러브PR’ 역시 신세대의 솔직하고 자신 있는 ‘연애’를 긍정적으로 보이기보다는 제작진에 의해 ‘연출된 남성’과 ‘선택된 여성’이라는 틀 속에서 출연자들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진실한 만남 내포한 프로로 전환해야
<러브게임>의 제작의도는 신세대들의 솔직, 대담한 연애관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방송되고 있는 <러브게임>은 신세대의 부정적인 모습인 감각적·즉흥적 만남에만 한정짓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러브게임>만 아니라 대부분의 ‘짝짓기’ 프로들이 게임적인 요소를 사용하면서 왜곡된 남녀간의 만남을 조장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러브게임> 역시 시청률을 위한 억지스러운 만남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전한 만남”을 추구한다는 제작의도와 달리 시청률에 빠져 부정적인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는 점은 제작진에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

방송모니터 (ccdm@ccdm.or.kr)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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