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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8.12.28 00:00
  • 호수 254

서해안 유일의 ‘해뜨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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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목에서 맞는 새해 새하늘
“서해 일출보자” 해맞이 관광객 부쩍 늘어
기상변화 심하지 않아 볼 확률높아
하늘·바다 황금빛 물들이며 얼굴 ‘살포시’

서해 일출은 다르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동해 일출의 정열대신 섬자락 끝에서 한밤중의 산불처럼 주위를 붉게 물들이고선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서해안 왜목마을의 일출은 소박하고 어여쁘기만하다.
서쪽에서 해가 뜬다는 게 정말 사실일까. 아직도 의심스럽다면 ‘속아주는 셈치고’ 새해연휴에 석문면 교로리 왜목으로 가보시라. 소문을 듣고 먼길을 달려오고서도 해가 떠오르기 직전까지 내기를 한다는 외지사람들. 이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보며 왜목이 준 선물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고정관념을 깨자’는 교훈이었다고 이곳 주민 김종득(태공장여관 주인)씨는 말한다.
왜목에선 정말 해가 뜬다. 왜목은 큰 지도에서는 서해안이지만 그 동쪽에 바다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왜가리의 목처럼 잘록하게 들어가 왜목이라고도 하고 아주 작은 포구라 하여 ‘왜소하다’의 ‘왜’자를 써 왜목이라고도 한다는 이곳은 약 2년전부터 서해안 유일의 해뜨는 마을로 널리 알려지면서 해맞이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왜목의 일출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해 뜨기전 발그스름하게 하늘을 물들이는 시간이 만만치 않으며 해가 떠오르기 시작해 황금빛으로 바다를 물들이고 해가 뜬 후 붉은 잔영을 마저 거두기까지 어느 한 순간도 급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한참을 뜸들이다 순식간에 불쑥 튀어올라 조금은 허망하기도 하다는 동해 일출과는 그래서 다르다. 왜목 해돋이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왜목 일출을 ‘맛보는’ 시간은 대략 15분에서 20분 정도. 여명부터 제대로 즐기려면 해뜨는 시각 20분전에 도착하는 게 좋다. 해 뜨는 위치가 육지와 멀어 웬만한 망원렌즈 없이는 카메라에 담기가 어렵다. 200㎜짜리는 기본이고, 보통 400~600㎜ 렌즈는 갖고 가야 한다는 게 사진작가들의 조언.
이맘때쯤 왜목 일출은 수평선이 아닌 육지와 길게 이어져 바다로 뻗어나간, 섬도 육지도 아닌 낮은 산 위로 떠오른다. 진득하게 앉아 산 위에서는 떠오르는 해를 바다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왜목 해변 왼쪽에 있는 선착장으로 가면 비탈진 산자락 끝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도 있다.
왜목에서는 동해에 비해 기상변화가 심하지 않아 해돋이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잇점도 있다. 요즘처럼 대기가 비교적 안정된 겨울철에 이곳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4~5일 정도, 확률로는 50~60%에 이른다. 지난해 처럼 새해 첫날 비가 내리는 불상사만 없다면 확실히 기대를 걸어도 좋다.
일기예보를 무시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예보에 의존할 일은 아닌듯 하다.
김종득씨에 따르면 왜목이 바다도 육지도 아닌 지형이기 때문에 서해 해상의 일기예보가 맞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 즉 예보보다 실제 일기는 사납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당진민주시민회에서는 새해 첫날 이곳에서 해맞이 관광객들을 위한 풍물공연 등 작은 문화행사를 연다. 왜목에서 해가 떠오른 것은 태곳적부터이지만 이곳에서 해맞이 문화행사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늘 있어 왔던 일이기에 무심하게 지나쳐온 왜목 주민들도 ‘아 바로 우리곁에 있던 자연이 귀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에 무릎을 ‘탁’ 친다고 한다.
왜목의 일출이 마음에 들었다면 내친김에 일몰까지 보고 가는 건 어떨까. 지척에 있는 대호방조제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서해안 일몰의 황홀함 그대로이다. 숙박·편의시설도 충분하다. 왜목 해변에 태공장(T.353-3053), 동인장여관(T.352-8798) 두곳이 있으며 왜목에서 10분 거리인 도비도 농어촌휴양단지(T.351-9200)에선 싱싱한 활어회와 매운탕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즐비하고 숙박시설도 갖춰져 있다.


왜목 찾아가는 길

당진읍내에서 석문방향의 지방도 615호선을 타고 ‘당진화력발전소’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당진읍에서 25분 가량) 발전소 전방 5백m 부근의 동인장여관 앞에서 우회전.
●해뜨는 시각 -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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