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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7.01.06 00:00
  • 호수 156

등성이를 메운 소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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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함이 가득한 97년 한해 되길

얼핏 하늘과 맞닿아 보이는 등성이에 착한 짐승들이 줄을 맞춘듯 서서 풀을 뜯고 있다. 풀이 고르게 돋은 동산에서 목을 낮추고 적당히 배를 채우는 동안 누구도 옆의 소를 건드리거나 남앞에 있는 풀을 탐내지 않는다. 남이 먼저 풀을 뜯고 간 자리를 비껴 양식을 찾을 때도 먼저 먹은 놈을 미워하지 않는다.
동산에 둘러쳐 놓은 경계선이 그들의 자유를 구속한다고 느끼는 적은 더더욱 없다. 영리한 짐승들이 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순해 빠진 소지만 소는 순리를 따르는 일이 진정한 자유에 이르는 길임을, 영리한 척하는 어리석은 다른 짐승들에게 가르쳐준다.
소들은 이 작은 산 하나가 그들 모두의 양식이자 그들 모두의 것임을 단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다. 그것을 의심하고 독선적인 욕심을 내기 시작했을 때 인간의 대지는 시끄럽고 오욕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남을 앞지르기 위해 노력보다 권모와 술수를 좋아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런 번뜩이는 눈치를 지혜보다 사랑하게 되었다.
97년 소띠해는 참을성 있게 움직여 보답을 기다리는 소의 세계처럼 비뚤어진 질서가 순리대로 잡히는 진실한 첫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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