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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7.01.13 00:00
  • 호수 157

서금구의 사람아 사람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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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구/본지 객원기자
합덕대건노인대학장
(0457)363-1991

한상복(합덕읍 합덕리)
매서운 추위가 더할수록 오는 봄의 나뭇잎은 푸르다

궁수(弓手)들은 활을 쏘는 과정에 찰나적으로 지만(持滿)의 행동이 뒤따르게 된다. 지만이란 활을 당겨서 그대로 활을 쏘지 않고 있는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고 힘을 배양하며 기다리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지만의 과정을 거쳐 활을 당겨도 과녘에 맞는 자리는 천태만상이다. 퍼펙트 골드를 맞추는 화살이 있는가 하면 어떤 화살은 과녘을 벗어나 그 목적한 바와는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화살도 있는 것이다.
바울로 사도는 고린도서에서 각 사람마다의 역량에 대해 기술하였으니 “성령께서는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주셨는데 그것은 공동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성령께 지혜의 말씀을 받았고, 어떤 사람은 같은 성령께 지식의 말씀을 받았으며, 어떤 사람은 믿음을 받았고, 어떤 사람은 병 고치는 능력을, 어떤 사람은 기적을 행하는 능력을, 그리고 말씀을 전하는 직책을 받았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역량이라는 것이 있다. 정신이 건전한 사람은 자기에게 어떤 결점이나 부족한 점이 있다해도 다른 능력을 발휘하여 그것을 덮는 것을 찾는다. 즉 마이너스를 프러스로 전환시키는 점에 인생의 묘미가 있는 것이다.
앞 못보는 시각장애인은 보지 못하는 대신 귀로 사물의 소리를 판단하는 청각이 발달되어 있어 불완전한 것을 보완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노력도 하지 않고 스스로 잘못한다고 판단해 자기능력을 개발하지 않는 나쁜 습성이 있는 것이다. 자기의 약점이나 결점을 보충할 수 있는 다른 능력을 개척하도록 꾸준하게 개척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인간은 저마다 저다운 개성을 갖고 있다. 저마다 제 노래가 있고 제 소리가 있으며 제 빛깔이 있고 제 말씀이 있고 제 표정이 있으며 제 멋이 있고 제 향기와 채취가 있는 것이다.
나는 나의 주인인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네가 너 자신을 부지런히 갈고 닦아 네 자아를 실현하면 여기에 참된 행복과 최고의 낙이 있는 것이다.
노자(老子)에 “하늘이 친 그물은 너무나 커서 언뜻 보기엔 엉성한 듯 싶지만 이 그물에서 빠져 나가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말을 다른 쪽으로 해석하면 즉 하늘은 자신의 재주를 뽐내지 않고 절의를 지키는 사람에겐 복을 내리고 일신에 지닌 손바닥만한 재주를 과신하는 자에게는 화를 내린다는 것이다.
한상복씨!
농부가 나무에 가위질하는 것은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곁가지를 쳐내고 나무를 튼튼하게 키워서 좋은 나무,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자식에게 야단을 치고 때리는 매를 드는 것도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서다. 부모에게 야단을 맞지 않고 자란 자녀들은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없다. 겨울에 매서운 추위가 더할수록 오는 봄의 나무잎은 더욱 푸르게 되듯 사람도 역경에 처해야 큰 인물이 되는 것이다.
한상복씨는 30여년전 청양에서 자녀들을 업고 안고 걸리고 하여 합덕리로 이사를 했다. 여염집 부인들과 똑같이 농사 지으면서 3남1녀의 자식들을 키우는데 정성을 다했다.
큰아들 병헌이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성적이 좋아 월반을 하였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여도 남다른 총명함이 있어 대학 4학년때 사법시험에 합격하게 되었다. 80년 8월이었다. 그 큰아들 병헌이가 지금 광주고검 부장검사로 있는 이병헌 검사이다.
이때 한상복씨는 태몽이 생각났다. 집의 뒷산에 올라갔는데 줄줄이 매달린 고구마 넝쿨을 치마 가득히 받아든 꿈을 꾸었던 것을 되씹어 보았다.
둘째, 셋째아들도 잘 키워보자. 둘째아들도 인천에서 회사를 차려 꽤 번창하는 업체로 키워가고 있다.
셋째 병선, 대학 재학중에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아주 평범한 학생으로 학업에 충실하였다. 졸업후 사법시험에 응시했으나 낙방의 쓴잔을 마셨다. 또 도전했으나 결과는 같은 것이었다. 이때부터 다른 형제들에게 또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질책을 받았으며 멸시의 눈총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방황도 하였으며 시험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럴즈음 어머니 한상복씨는 셋째를 이끌고 서울로 올라갔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된다는 신념으로 아들을 격려하면서 아들의 수발을 들었다.
1년, 2년 말없이 모정의 끈질긴 힘을 투사했다. 그 결과 지난 12월 21일 사법시험 합격증을 총무처에서 받아가지고 집으로 금의환향한 것이다.
한상복씨는 합덕리 모든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리고 앞으로 셋째 병선이의 앞날을 모두 걱정하고 염려하여 달라고 부탁의 말씀도 곁들인다.
한상복씨는 “자기 삶에 있어 개선하고 또 고쳐 개진하지 않는 삶은 한낱 타성이고 습관에 지나지 않으므로 자식들을 키우는데 있어 잘못을 고쳐주고 고쳐주는 데서 큰 뜻이 이루워진다는 것을 병선이를 통해 배웠습니다”라고 하신다.
병헌씨와 병선씨의 남다른 형제간의 우의를 생각하면서 우리모두가 거울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관직에 있는 자가 지켜야 할 법은 오직 세가지이니 첫째 청렴, 둘째 신중, 셋째 근면이다. 이 세가지를 알면 몸가질바를 알게 된다”고 동몽훈에 나오는 글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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