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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
2005년 05월 20일 () 14:02:00 webmaster@mjmedi.com
   
 
극한지대에서 생긴 탐욕의 공포

얼마 전, 자랑스러운 한국인 박영석 씨가 북극점 원정에 성공하면서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이루었다. TV에서 그들의 고난스러운 여정을 보면서 ‘왜 저렇게 힘든 일을 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들은 우리의 염려와는 달리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어떠한 조건이라도 도전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도전 정신을 보여주었다. 이는 최근 많이 힘들어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모든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비단 탐험대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하면서도 혼자만의 독단적인 모습은 걷잡을 수 없는 탐욕을 생성하면서 모든 이들을 힘들게 한다. <남극일기>는 이 점에 포커스를 맞추며 하얀 눈 밖에 보이지 않는 극한지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로 제목으로 인해 탐험 영화가 아닐까 하겠지만 생각과는 달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며 관객들을 서서히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낮과 밤이 6개월씩 계속되는 남극에서 탐험대장 최도형(송강호)을 비롯한 6명의 탐험대원은 해가 지기 전, 도달 불능점에 도착해야 하는 세계 최초 무보급 횡단을 한다. 목표 일정을 60일 정도 남긴 상황에서 그들은 우연히 낡은 깃발 아래에 묻혀있는 80년 전 영국탐험대의 ‘남극일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민재(유지태)는 일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 후부터 이들에게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영화 속 눈(雪)은 <러브스토리>와 <러브레터> 등의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백의 화면을 통해 사랑의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장치이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과잉적으로 표현된다면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더욱 더 관객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공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 역시 <샤이닝>, <미저리>, <드림캐처> 등 눈 속에 고립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서히 공포를 조성한다. <남극일기>도 남극이라는 눈으로 덮여진 극한의 지대에서 탐험대원들이 하나씩 죽어가면서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상황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85억의 제작비가 든 블록버스터 영화로 한국 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이지만 아쉽게도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드라마 부분에서는 미약함을 보여준다. 잔혹한 살인마가 등장하지 않고,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서서히 벌어지는 공포의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좀 더 인물들을 치밀하게 구성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에 앞서 <남극일기>와 비슷한 구성인 <알 포인트>를 본다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 있을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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