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3-28 10:44 (목)

본문영역

[시론]안승환/정신문화 없이 대중문화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진시대시론

정신문화 없이 대중문화 없다

안승환

한터문화연구소 소장
새교육공동체 시민모임 회장

‘문화제’ 돈이 안되는 문화제는 없애자고 떠들어댄다. 너무 가치없이 만들어진 문화제도 문제는 문제다. 한개 시·군에 값어치가 있다면 한 두개 정도는 살아 있어야 한다.
우리가 문화제를 하는 것은 옆동네나 외국의 사람들에게 소개해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 우리들끼리의 동네잔치다. 동네잔치는 이웃사람끼리 돈을 추렴해서 음식, 춤, 노래를 부르며 자축하는데에 그 뜻이 있었다. 이 자축의 잔치가 일어나면서 옆동네, 외국인까지 자연스레 참여하여 경제적 이익이 동네에 남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쥐꼬리 예산을 주며 온갖 생색 다내고 돈까지 벌라고 하는 것이다. 무슨 법에, 무슨 전례에, 국민의 정서에 반하여 등 잔치판을 돕지는 않고 가끔은 그들이 걸림돌이 되기도 하며 문화제 추진자는 무슨 산신령이나 된듯이 완벽한 행사를 하라고 허리를 조이는 것이 그들의 모양새다.
자본주의 원칙에 맞추어 돈 못버는 문화제는 없애고 그 예산으로 마을길 포장, 동네회관이나 지으며 계속 산다면 우리는 자식들에게 돈밖에 남겨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기지시줄다리기, 매헌문화제, 무슨 인형축제, 은산별신제 같은 우리의 정신적 흔적들을 내려받지 못하고 대신 머드축제, 인삼축제 등 보신과 몸의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돈이 많이 벌리는 대중문화만 물려받아 정신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고급문화는 꿈도 못꾸고 살 것이다.
정신적인 뜻이 담긴 문화제는 돈으로 연결되기가 어렵다. 대중문화처럼 경제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을 일회용 컵에 넣어서 팔 수도 없고 재미없다는 예술작품을 길바닥에 벌려놓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고급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돈 많이 번다는 대중문화도 소멸할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는 정신문화의 주춧돌 위에서만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머드축제의 개흙을 담는 그릇과 포장지에는 ‘디자인’이 도입되는데 이 디자인은 순수미술에서 태어나는 것이고 상품의 이름 및 설명서는 돈 안되는 순수문학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많은 돈은 없지만 높고 깊은 생각으로 반듯하게 사는 민족을 우리는 문화민족이라고 하고 미국처럼 그저 돈, 돈하며 돈 힘으로 사는 민족을 문명민족이라고 생각한다. 문명국가의 열살 어린이가 자기반 친구들을 밉다고 자동소총으로 학교안에서 수십명씩 쏘아 죽인 그 문명국가를 우리는 그리워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가슴앓이를 해야 한다.
올 겨울은 눈이 너무 많아서 인간에게 재앙이 되었다. 그러나 겨울이 되어 눈이 적당히 쌓여주면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 한다. 눈이 오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돈거리가 되질 않는다. 오히려 치우는데 돈이 든다. 그런데도 좋아하는 것은 눈덮인 세상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인간이 눈을 보고 아름다워하는 마음을 그 전지전능한 돈의 논리로도 풀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예술인들에게 맡겨 돈 안되는 눈으로부터 돈 안되는 정신문화를 이끌어 내므로 우리는 돈드는 눈을 그리도 기다리는 것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