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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시행 1년 아이들이 행복한 진로교육 3 독일
여학생들의 미래를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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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걸스데이’
기술직 취업부터 임금 격차 해소까지

▲ 독일 비영리민간단체(NPO) 라이프를 취재하고 있는 공동취재단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이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후보는 결국 사과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사회의 성 평등 수준의 민낯을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144개 조사대상국 중 한국의 성평등 순위는 116위다. 이중 한국의 여성 경제참여도와 참여기회 지수는 123위. 교육은 102위에 머물렀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성불평등지수(GII)에서는 한국이 매년 중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두 기관의 측정기준은 다르다. UNDP의 보고서에서 한국이 비교적 높은 순위를 차지한 이유는 청소년출산율(1000명 중 2.2명)과 모성 사망비(10만명 중 27.0명)가 비교대상 국가 중에서 낮기 때문이다.)

독일 ‘걸스데이’는 ‘미래를 위한 날’

독일은 두 기관의 평가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성 평등순위는 각각 13위(2016년 WEF 평가), 9위(2017년 UNDP 평가)다. 그럼에도 독일의 정치, 경제적 참여 부문의 남녀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지독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 중 하나가 교육이다.

독일에서도 ‘걸스데이’(Girls’ day)가 인기다. 한국의 걸 그룹이 아닌 직업 체험을 하는 ‘미래를 위한 날’ 행사다. 지난 11일 찾은 NPO <라이프>는 독일 베를린 지역의 ‘걸스데이’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연결해주는 비영리민간단체다.

독일에서는 매년 4월, 하루 동안 일반학교의 5학년부터 10학년까지 여학생을 대상으로 걸스데이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7·8학년 때 참여율이 가장 높다. 올해의 경우 4월 초에 열렸는데 베를린 지역에서만 7000명(독일 전역 1만개 기업, 약 11만 명 참여)의 여학생이 참여했다. 남성만의 직업이라 여겨졌던, 상대적으로 여학생들의 선택이 적은 MINT 관련(수학, 전자 및 컴퓨터정보, 자연과학, 기술) 직종에 대한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여학생들에게 이공계에 대한 거부감은 줄이고 관심은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꼭 맞는 ‘진짜 적성’ 찾아준다

신청방법도 간편하다. 근처의 체험할 만한 회사를 찾아 원하는 직종에 등록, 신청하면 된다. 가족이나 아는 사람의 회사에 신청해도 된다. 학교는 학생을 위한 사고보험을 가입해 준다. 학생들은 하루 동안 기계를 직접 만지며 직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여러 분야의 체험 기회를 제공해 ‘적성에 꼭 맞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행사는 독일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단체의 활동가인 버그리프(Borggrefe Almut)씨는 성공의 열쇠는 “강력한 네트워크”라고 말한다. 네트워크에는 기관 외에 라이프와 같은 시민단체에서 부터 학교, 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관련 회의를 연 두 차례씩 열고 있다.

프로그램 만족도와 성과도 매년 커지고 있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4명 중 1명이 MINT 관련 학과에 지원하고 있다. 전자 관련 분야의 경우 여학생 취업률이 최근 10년간 108% 늘었다. 앞의 버그리프 씨는 “여러 결과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참가자의 약 20%가 취업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참여도는 물론 만족도도 높다”며 “벤츠, 지멘스(전기전자 전문기업) 등 큰 기업 일수록 관심이 많고 회사가 앞서서 걸스데이를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 걸스데이 안내 홍보 포스터. '미래를 위한 날'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한국의 ‘K 걸스데이’와 다른 점은?

걸스데이를 통해 여학생의 기술직 취업이 늘어나자 또 다른 의제를 불러 일으켰다. 독일은 동일 직종, 동일 노동임에도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약 20%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10년 째 남녀임금격차 1위(2012년 기준 37.4%)를 차지하고 있다.)

버그리프 씨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아도 되는지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며 “이 행사의 장기적인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재 20개 국가가 독일의 걸스데이(Girls’ day)를 벤치마킹해 유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주관으로 2014년부터 매년 ‘케이-걸스데이(K-Girls Day)’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케이 걸스데이’를 아는 여학생들은 거의 없다(지난해 기준 120개 기업에 여학생 참가자 2200명). 한국이 독일의 ‘걸스데이 네트워크’와 같은 구조를 보지 않고 껍데기만 빌려왔기 때문이 아닐까?


※이 기획기사는 2017년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 보도합니다.

당진시대, 태안신문, 청양신문, 홍주신문
연합기획취재팀

인터뷰 NPO <라이프> 활동가 버그리프 씨

직업체험의 날 ‘걸스데이’

독일 베를린에 자리한 <라이프>는 비영리민간단체다. 주로 경력단절 여성과 이주여성들을 위한 직업교육을 맡고 있다. 이중 ‘걸스데이’는 이 단체가 맡고 있는 가장 큰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서 10년 간 근무해온 버그리프 씨를 통해 걸스데이와 이 단체의 활동 내용을 들어 보았다. 
 
<라이프>에서는 무슨 활동을 주로 하는가?

“1988년 창립한 비영리민간단체다. 여성운동과 교육운동을 하던 분이 여성들의 기술 지도를 위해 창립했다. 환경 공학 분야 교육에서 출발해 지금은 기술 공학 분야까지 교육 범위를 넓혔다. 경력이 단절된 젊은 여성 엄마를 위한 직업교육과 여성들의 사회 적응 전문교육 담당하고 있다. 또 이민 여성들을 베를린 지역 사회가 어떻게 통합해야 하는 지에 대한 시민 교육도 벌이고 있다.”

운영비는 어떻게 충당하나?

“90%가 시민 후원금이다. 1990년대 말 어려움에 처했지만 이후 후원자가 늘어나 회복했다.”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

“직업교육 관련 15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걸스데이'는 그 중 하나이면서 가장 큰 프로그램이다.”

걸스데이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

“걸스데이는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행사다. 우리 단체의 경우 '베를린 지역 네트워크'와 체계적으로 연결해 여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즉 학생들의 현장 연결을 돕는다.”

걸스데이를 위한 '베를린 네트워크'가 별도로 조직됐다는 건가?

“그렇다. 2003년부터 네트워크가 결성돼 참여기관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매우 다양한 단체, 기업, 학교,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일년에 두번 정기모임 갖고 직업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여학생들이 개별 기업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베를린 네트워크는 걸스데이를 운영하는 중심축이다.”

걸스데이 또한 진화하고 있다고 했는데?

“걸스데이 아카데미로 진화했다. 독일 내 6개 주에서 시행중이다. 걸스데이 아카데미는 직업에 따라 학생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한 달에 1회 직업교육을 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1회씩 하기도 한다. 독일의 걸스데이 아카데미는 걸스데이가 진화한 심화 과정이다.”

걸스데이의 주요성과를 짧게 설명한다면?

“걸스데이의 모토는 ‘미래를 위한 날’이다. 하루 동안 남성만의 직업이라고 생각해 왔던 전자, 기계, 기술 관련 분야에 대한 여러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여학생들의 인력풀 역할을 하고 있다.”

걸스데이 외에 단체에서 벌이는 청소년 관련 교육이 있다면?

“앞에서 설명한 걸스데이 아카데미와 엔티테크닉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엔티테크닉은 중등교육만 마친 학생들이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4차 혁명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변화에 따른 산업군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이에 걸맞은 미래 직업을 미리 파악하고 새로운 직업모델을 만들고 연결하는 일은 우리 단체의 늘 해오던 고민이자 역할이다.”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경력단절 예방정책과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가 공공·민간영역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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