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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진사람들
  • 입력 2018.01.26 20:58
  • 수정 2018.01.28 16:24
  • 호수 1193

세상 사는 이야기 신평양조장 김동교 대표
대를 이어 지켜온 신평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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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 잇기 위해 대기업 그만두고 고향 돌아와
젊은층 겨냥...강남에 고급 막걸리바 '셰막' 운영

신평면 금천리에 위치한 신평양조장은 8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술을 빚어왔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함께 지나온 양조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거쳐 지금은 아들이 막걸리를 빚고 있다. 1933년에 시작돼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해 가는 신평양조장에서는 오늘도 맛있는 술이 익어가고 있다.

3대째 이어온 막걸리 명가
신평양조장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30년대부터 시작된다. 1909년 조선총독부가 주세령을 내리면서 처음으로 술이 과세 대상이 됐고, 술 제조를 면허제로 바꾸면서 가가호호 집에서 술 빚던 문화가 사라졌다. 대신 근대 양조장 산업이 태동했고, 故 김순식 대표가 당시 24세의 젊은 나이에 신평양조장의 전신인 ‘화신양조장’을 1933년 창업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신평양조장도 시대의 흐름 속에 함께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황해도부터 당진까지 기나긴 피난행렬이 이어졌다. 그때 황해도의 양조 기술자가 화신양조장에서 숙식을 하고 일을 도우면서 개량누룩 형태인 입국기술을 전수했다. 이후 북한군이 당진지역을 장악했을 때는 양조장이 노동당 사무실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1960년대는 막걸리가 주류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막걸리 전성기’였다. 신평양조장도 제2대 김용세 대표를 맞아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도 잠시, 막걸리는 다시 쇠퇴의 길을 걷는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정부가 양곡보호 조치를 발표하며, 쌀로 술을 빚는 것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국의 양조장들은 60년대를 끝으로 상당수 사라지거나 주인이 바뀌는 시련을 겪게 된다. 그때 김용세 대표는 변화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새로운 술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것이 백련막걸리다. 새로운 막걸리를 개발한 뒤 백련막걸리는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됐을 정도로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지금은 아들 김동교 씨가 3대째 신평양조장을 이어가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신평양조장 김동교 대표는 신평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다 서울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지난 2010년 다시 당진으로 내려왔다. 아버지를 돕기 위해서였다. 2009년 청와대 만찬주로 백련막걸리가 선정되면서 백련막걸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버지 혼자 바쁜 양조장 일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던 그는 고민 끝에 결국 가업을 택했다.

“당시 삼성전자를 다니고 있었어요. 대기업을 그만두고 가업을 잇는다는 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아버지도 일을 그만 두고 가업을 잇겠다고 말했던 저를 말렸어요. 하지만 제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으면 그동안의 전통과 노력들이 다 사라질 것만 같았거든요.”

양조장의 새 시대를 열다

김 대표는 지난 5년여 동안 아버지 밑에서 양조장 일을 배우다 2014년에 본격적으로 대표로 자리했다. 새로운 인물과 함께 신평양조장은 새 시대를 맞았다. 김용세 전 대표가 막걸리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그는 술과 문화를 연계했다. 그 일환으로 김동교 대표는 우선 막걸리에 젊은 이미지를 입히는 일에 주력했다. 고급화 전략을 내새워 막걸리 병을 플라스틱에서 유리로 바꾸고 로고를 비롯해 디자인을 새롭게 했다.

지역 양조장에서는 최초로 서울 강남에 고급 막걸리 바 ‘셰막’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 경험이 빛을 발했다. 그는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콘셉트를 잡는 일을 했었다. 셰막을 운영하기까지 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편 김 대표는 신평에 백련양조문화원도 열었다. 백련양조문화원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에 선정돼 양조장 환경 개선과 홍보 등을 추진해왔다. 단순히 막걸리를 만들고, 구입하는 것을 넘어 막걸리 시음부터 양조장 견학, 체험 프로그램까지 이뤄지고 있다. 신평양조장은 이를 통해 지역 술 문화와 양조장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가 술의 본질을 찾아갔다면 저는 술의 외연을 확장시키려 했어요. 해나루쌀 등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 술을 제조하고 체험·관광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창출한다는 것은 양조장 산업의 큰 변화였죠.”

이에 힘입어 신평양조장은 농업6차산업의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제4회 농업6차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신평양조장은 경영체 부문 우수상을 차지했다. 지역 농업인들이 재배한(1차산업) 해나루쌀과 연잎 등을 가공해 고품질 전통주를 생산하고(2차산업), 양조장 역사투어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3차산업)으로 1·2·3차 사업이 융·복합된 6차산업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 대표는 최근 서울과 당진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진에서 신제품을 연구하면서 신평양조장을 운영·관리하고, 서울에서는 셰막을 운영한다. 이밖에도 한국막걸리협회 부회장을 맡아 막걸리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외부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막걸리 시장의 앞날을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낸다.

“막걸리 시장은 해마다 위축되는 추세예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가야 하죠. 그래서 자꾸 새로운 막걸리를 개발하고 다른 산업과 연계해보려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술맛의 다양성이 요구되고 있어요. 다양한 술을 찾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로 인해 막걸리가 계속해서 이어질 거라 생각해요. 제가 할 일은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해 아버지가 만든 백련막걸리를 잘 지키며 발전시켜나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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