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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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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재 환 / 고산교회 담임목사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저는 목욕탕에 갈 때마다 이 시를 생각하며 내 모습을 살핍니다. 정영상 시인은 목욕탕에서 마구 버려지는 꼴사나운 광경에서 현대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고 인간의 장래를 훤히 바라보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풍요롭게’라는 미명아래 너무나 많이, 그리고 함부로 쓰고 버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는 경제가 어렵다고 입으로는 떠들어도 몸으로는 여전히 과소비를 일삼고 있지 않습니까? 함부로 버리지 맙시다.
바울사도께서는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예수께서도 물고기 두마리와 보리떡 다섯개로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한 후에 제자들에게 명령하셨습니다.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우리가 정말 버려야 할 것은 내 속에 있는 탐욕입니다. 함부로 버리는 못된 버르장머리는 못된 악행을 저지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무심코 껌, 담배꽁초를 버리더니 그 솜씨로 음식물과 멀쩡한 가재도구를 버리고 이젠 아예 사람(어린자식, 늙은 부모)도 내다버리고 하나님도 버리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버리는 사람은 버림을 받습니다. 즉 보복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버린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성인들의 삶이란 가난한 삶이었습니다. 여기서 가난이란 굶주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도 남음도 없는 지극히 절제된 소박한 삶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가난한 성인들은 어느 부유한 자도 얻지 못한 무한한 기쁨과 평화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함부로 버리는 잘못된 습관을 하나씩 고쳐 나가봅시다. 그것은 내 양심을 회복하는 길이요,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요, 환경을 지키는 길이요,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요즈음 북한동포들의 굶주림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하나님 앞에 더 부끄럽고 무서운 생각만 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굶을 수밖에 없는 북한의 잘못보다 실컷 먹고 남은 음식물을 연간 수조원어치를 버리는 남한의 죄를 더 크게 물으실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함부로 버림이 얼마나 무서운 죄인가를 조금씩 깨우칩시다. 이제부터 목욕탕에 가면 다른 것 버리지 말고 함부로 내버리는 못된 습성만을 씻어 버립시다.
조금만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작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해 봅시다. 그러면 크고 어려운 일도 곧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장소중에 하나가 목욕탕이 아니겠습니까? 다음에 목욕탕에 가시면 때만 닦지 마시고 마음을 닦는 도(道)도 함께 닦아 보시면 어떨까요? 목욕탕에서 때도 닦고, 도(道)도 닦고 참 좋습니다.

목욕탕에 가면

-정영상-

목욕탕에 가면 바닥에 뒹구는 일회용 면도기들이
언젠가 두고 보자며 나를 벼르는 것 같습니다.

여기 저기 흩어진 칫솔, 비누, 때타올 등
제 목숨껏 살지도 못하고 쓰레기 더미가 된 일회용들이
으드득 이를 갈며 한결같이 큰 재앙이 되어
다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면도를 하는 동안에도, 때를 미는 동안에도 계속 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서는 보람도 없이 억울하게 버려지는 물들이

“인간들아, 너희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며
씨불씨불 흘러가는 물들이
바닥에 질펀한 죄를 씻어 내리며
언젠가, 언젠가 두고 보자! 그렇게 벼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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