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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1997.05.12 00:00
  • 호수 174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교육 / 송산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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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마을회에 학교·부모·학생1모두 모여 이야기꽃
교장선생님ㆍ육성회장ㆍ마을이장ㆍ마을담당교사도 한자리
탈선방지, 13개 마을돌며 헌신적인 사랑으로 대신해

송산면 도문리 마을회관. 흐린 날씨탓인지 다른 날보다 빨리 어두워진 저녁. 8시가 가까워지자 마을에 살고 있는 9명의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고추심다 말고 아이의 팔에 이끌려 저녁도 먹지 못한채 발길을 옮긴 엄마도 끼어있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송산면의 유일한 중학교인 송산중학교 김부영 교장선생님과 이재만 육성회장, 교감ㆍ교무선생님, 마을담당선생님도 마을회관으로 모였다.
오늘은 송산중학교에 다니는 도문리 학생과 학부모의 마을회가 있는 날. 송산중학교는 아이들의 탈선을 미리 방지하고 학부모들과 교사ㆍ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마을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구성된 마을회는 올해초 교사들의 학생지도에 대한 특별한 헌신과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활성화되어 늦은 시간인데도 아랑곳없이 13개 마을을 돌면서 진행되고 있다.
마을이장을 마을스승으로 위촉해 학생들에게 사라져가는 웃어른 공경정신을 일깨워주고 함께 봉사활동도 펼치도록 한다. 또 마을마다 학생반장이 있어서 마을 아이들을 대표하고 챙겨준다.
마을회가 열려서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마을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000씨 아들 000는 성격이 어떻고 공부는 또 어떻고 말썽피우는 일이 가끔 있다’
이렇게 마을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해 자세히 알게되면 ‘서로 챙겨줄 수 있고 다 내자식처럼 정이 붙는다’고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이날 마을회에는 마을스승으로 위촉받은 도문리 이장님이 급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채 진행됐다. 마을반장 선미의 사회로 시작된 마을회는 김부영 교장선생님의 ‘마을회 취지설명’으로 이어졌다.
“우리 어른들이 자랄 때만 해도 마을에서 함께 돌보고 꾸짖고 해 삐뚤어짐 없이 올곧게 자랐지만 지금은 부락청소년 뿐 아니라 우리자녀도 돌보기 어렵습니다. 또 1일 생활권에 접어들면서 대도시의 잘못된 청소년 문화가 송산아이들에게도 뻗치고 있어 함께 이들의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해나가자는 의미에서 마을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바쁜 농사일 때문에 자녀를 학교에 맡겨 놓고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이날 학교측의 조직현황, 학력증진방안, 육성회의 활동사항등을 들으며 전반적인 운영상태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마을 담당인 이한복 선생님은 ‘도문리에는 아직 말썽부리는 아이가 없지만 이런때일수록 긴장을 하고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면서 ‘탈선하는 아이의 부모들 대부분이 우리아이는 그럴줄 몰랐다고 답변하는걸 보더라도 아이와의 꾸준한 대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자녀지도방법을 설명한다.
이어진 자연스런 대화의 시간. 한 학생의 작은할아버지가 우선 말문을 열었다.
“우리 손주는 도시에서 이사온지 얼마안돼 적응을 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와 생활하는 모습이 안스러워 항상 걱정이 됩니다.”
작은할아버지의 솔직한 아이걱정으로 교장선생님도 교감선생님도 몰랐던 학생의 가정생활을 모두 알게 되었다.
또 다른아이의 아버지는 ‘보충수업이 8시까지라고 하는데 더 늦게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송산중학교에서는 4월 28일부터 오후10시까지 보충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사정을 몰랐던 학부모는 마을회를 통해 학교의 운영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처럼 마을회를 열면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다. 만일 거짓말을 했더라도 금방 들통이 날 테니까.
늦은 시간, 교사들도 피곤하고 학부모들도 피곤하지만 우리아이를 바르게 키우자는 마음으로 모두 즐겁게 참석한 마을회가 아이들에 대한 걱정어린 대화로 무르익었다.
송산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의 탈선방지를 위해 마을회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학력증진을 위해 군내 중학교에서는 유일하게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보충수업은 중3학생들을 대상으로 밤10시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대화중간에 김교장선생님은 지난 3월 모의고사성적이 인근지역 다른학교보다 평균 6점정도나 높았다며 학력증진의 성과를 발표했다.
“농촌을 지키고 있는 우리학부형들이 모두 애국자입니다. 애국자 자녀들도 도시의 아이들처럼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에 살아서 손해를 본다는 느낌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농촌아이들이 기죽지 않는 세상, 올곧게 자라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한교사의 말이 송산중학교에서는 실천되고 있었다.
그리고 학교와 마을, 부모들이 함께 쌓는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는 듯했다.
도문리 마을회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을 맺고 참석자들은 어두운 밤길을 뚫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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