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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7.05.12 00:00
  • 호수 174

마을이름 유래한 우물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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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지면 장정리, 3만5천평 논 물대던 ‘고래샘’ 되찾아

【대호지】 대호지면 장정리(長井里)는 신라 경덕왕 때부터 마을에 큰 우물이 있다하여 정곡(井谷) 또는 마을의 형상이 길다는 뜻의 상장지(上長旨)라는 지명을 갖고 있었다.
고종 32년인 1895년 지방관제 개정 때에도 이 지명은 그대로 이어져 오다가 1914년 군면 폐합에 따라 지금의 장정리(長井里)로 바뀌게 되었는데 바로 이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큰 우물이 얼마전 주민들에 의해 20여년만에 복원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래가 물을 뿜듯이 물이 잘 난다고 하여 고래샘으로 불리어온 이 우물은 과거에 무려 3만5천평에 이르는 논에 물을 댈 수 있었을 만큼 수량이 많아 장정리의 젖줄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73년 이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면서 이 우물은 주민들의 생활에서 멀어졌는데 각 가정에서 지하수를 개발하는 바람에 수량도 예전같지 않게 되었고 사용하는 이도 없어 초라하게 변해갔던 것.
게다가 최근 경지정리가 시작되면서 완전히 없어질 위기였는데 주민들이 마을이름의 유래인 이 우물을 보존해야 겠다는 데 뜻을 모으고 전격적으로 복원공사를 시작하게 됐다. 장정리 주민들이 이 우물의 복원에 나선 것은 물론 이 때문만은 아니다. 비록 살기는 어려웠어도 정겨웠던 옛 추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
노인회장 최윤식 옹은 “동지섣달에도 물이 얼지 않아 아낙네들이 아침만 먹으면 빨래감을 이고 이 우물에 나와 빨래를 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또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두레 세대로 퍼내도 마르지 않을만큼 물이 많이 나왔던 곳이라고. 그래도 넓은 농토에 이 물을 다 대기는 역부족이어서 모내기철엔 티격태격 물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우물 하나에는 주민들의 옛 삶이 담겨있어 노인들의 마음은 항상 왜소해져가는 이 우물에 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만큼 이 우물의 복원에는 주민들이 너나없이 발벗고 나섰다.
우물이 있는 2백평 부지를 마을회 앞으로 선뜻 넘겨준 주민이 있었으며 주변 조경은 조경박사로 통하는 정지환ㆍ정종환씨 형제가 도맡았고 주민들은 열하룻동안 계속된 공사에 열성적으로 동참했다. 또 이 마을의 경지정리를 하고 있는 선진건설(대표 정태해)에서는 중장비와 돌 60톤을 공급해 주기도 했다.
남기찬 이장은 “워낙 사용한지 오래된 샘이라 제대로 복원이 될지 걱정이 많았으나 다행히 물이 예전못지않게 많이 나왔다”며 “전주민의 협조로 훌륭한 마을의 명소가 다시 생겨난 만큼 고래샘을 장정리의 영원한 상징물과 쉼터로 잘 가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은 지난 7일 작은공원처럼 잘 만들어 놓은 고래샘터에서 풍수와 화합을 기리는 고사를 지내고 잔치를 벌였다. 마침 이날 오랜 가뭄끝에 촉촉한 단비가 내려 주민들은 용왕젯날 비가 오면 더없이 좋은 징조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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