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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7.06.23 00:00
  • 호수 180

인욱식 옹 / 전 석문우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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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공단으로 고향을 떠나는 처지가 되어선 안됩니다”
지역과 함께 살 수 있는 공단 들어와야

“공단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는 처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공단과 지역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바로 최상입니다.”
오랫동안 석문우체국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정년퇴임한 인욱식(70세) 옹. 지역의 원로로 많은 석문주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인옹은 석문국가공단에 공해공장이 들어온 결과로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이산가족이 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옹이 석문공단에 석유화학 공장이 들어온다면 얼마든지 그런 불행한 미래가 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최근 두 번의 상이한 울산견학을 다녀온 뒤였다.
한번은 유공측이 경비를 부담한 수용지구 주민들의 울산 유공공장 견학에 동행한 것이고, 또 한번은 석문공해공단 반대투쟁위원회와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둘러보고 온 것이다.
첫번째 견학 때 버스에 오르고 나서야 유공이 추진하는 견학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는 인옹은 “유공이 보여주는대로 견학해보니 우리상식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의 울산방문은 전혀 달랐다고 한다. 공단주변의 바닷물은 다 죽어있었고 해변가에 즐비하던 생선횟집들도 다 철거됐고 마을도 철수대상이었다. 인옹은 바로 이것이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 잠 한숨 자지 못하고 함께 갔던 석문주민들과 논의한 끝에 석문공단을 원래계획대로 농지로 환원해 줄 것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농지로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무쪼록 지역하고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공단이 하루빨리 유치되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인옹은 아울러 10년이 넘게 재산권 행사를 못해 불만이 쌓일대로 쌓여있는 수용지구 주민들을 위해 당국이 규제를 어느정도 완화해 주는등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용주민들은 아무 거라도 빨리 들어왔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석유화학이 될 경우 석문은 울산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울산이 70년대 인구 3만에서 현재 1백만명으로 늘었다지만 거의가 잠깐 벌어 떠나려는 이들이지 그곳에 정착하려는 이들은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애향심도 있을 수 없고 모든 사람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고향마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지요.”
석문공단을 공해공장으로부터 지켜내는 일은 곧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삶의 터전을 물려준다는 결의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인옹은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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