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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7.07.07 00:00
  • 호수 182

“먼저 자신을 해방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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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숙희씨 강연
여성주간 기념 오숙희 초청 강연

7월 1일 오숙희씨 강연회가 준비된 당진군 가정복지회관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2백명의 여성이 모여들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20, 30대에서 40, 5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에 아이를 데려온 가정주부, 근무중에 자리한 직장여성등 강연장을 찾은 여성들은 여성학자 오숙희씨의 지명도 만큼 화려했다.
“대낮에 여자들이 이렇게 모일수 있다니 세상 참 많이 달라졌죠?”
농섞인 말로 서두를 꺼낸 오숙희씨는 “세상이 변하고 있고 그 변화를 바로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고 힘있게 말했다.
한 예로 도시에서는 주부를 위한 낮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시간동안 아이를 돌보는 부설탁아방도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7세미만의 어린이의 입장을 금해온 관례상 10년 가까이 각종 공연장에는 얼씬도 못하던 주부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권리를 찾아나섰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핵가족화등을 통해 여성은 전에 비해 훨씬 많은 자유를 얻게 되었으나 문제는 여성의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흡수해줄 사회적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라고 오씨는 강조했다. 따라서 이제 여성들은 끊임없이 소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을 뛰어넘어 짧은 인생을 가치있게 보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문화적ㆍ교육적으로 소외된 자기지역을 개척하는 것에서 그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숙희씨는 이를 위해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사노동을 최소화하고 합리화하는 일, 여성끼리 서로 연대하는 일, 살림ㆍ소유ㆍ미모ㆍ청결에 대한 강박관념과 소모적인 경쟁에서 자신과 다른 여성을 해방시켜 주는 일 등이다.
오씨가 강조한 또 하나의 전제는 ‘자녀교육에 있어 어머니는 반드시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침없이 빠르게 변하는 사회속에서 아이들이 맞게 될 미래를 내다보고 교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학력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분야든 자기 개성과 능력을 발휘할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등수 매기기, 줄서기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아이의 개성과 능력을 찾아 주십시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우선 어머니들이 미래를 배우고 사회에 눈떠야 합니다.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창조적으로 쓰십시오.”
빠르고, 거침없고, 재미있는 오숙희씨의 강연을 들으며 참석자들은 모처럼 속이 후련한듯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이날 한껏 북돋아준 여성의 용기와 에너지를 어떻게 변화로 이어갈지 강연자가 떠난 자리에는 당진군 여성들의 숙제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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