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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7.07.14 00:00
  • 호수 183

쓰레기매립장 주민들의 이유있는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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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면 영천리. 97세대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에서는 얼마전 이유있는 작은 ‘반란’이 있었다. 바로 이 마을 구석에 위치한 쓰레기매립장으로 향하던 쓰레기차량을 주민들이 막고 나선 것이다. 농기계가 동원됐고 주민들은 ‘약속을 지키라’며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 약속이란 다름아닌 쓰레기장의 철저한 관리와 1.2km에 이르는 농로포장이었다.
영천리에는 지난 96년 2월부터 송악면 쓰레기매립장이 들어섰다. 중흥리에 있던 쓰레기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그곳 주민들이 더이상 쓰레기를 받지 못하겠다며 면사무소 광장에 쓰레기를 쌓아놓고 거세게 반발해 송악면은 무려 1년여만에 어렵사리 새부지를 찾았다. 바로 그곳이 영천리였다.
그때 면에서는 98년 2월까지 쓰레기를 반입하기로 하고 주민지원사업으로 농로포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올 봄까지 마무리하겠다던 이 약속은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그때 그때 ‘주민 달래기’ 차원이었는지, 아니면 때되면 나오게 되어있는 농로포장 예산으로 시행한 건지 토막 토막 포장이 되어있긴 하다. 그러나 비단 마무리 안된 지원사업 하나 때문에 이날 주민들이 ‘발끈’한 것은 아니었다.
제때에 쓰레기 더미에 흙조차 덮어주지 않는, 모기약이라도 수시로 뿌려달라고 수차 얘기해도 시큰둥한 행정기관의 무신경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당초의 약속과 달리 대책없이 흘러나오는 시커먼 침출수에 지하수 오염걱정, 땅값하락 걱정등을 싸안게 된 주민들은 어딘가에는 있어야 할 시설이기에 결코 달갑지는 않아도 혐오시설을 받아들였다는 처음 때의 ‘성숙한’ 주민의식은 이미 희석된지 오래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주민과의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행정이 자초한 결과이다.
비록 사소한 약속일지라도 반드시 지켜 믿음을 심어주고 다수를 위해 희생하는 주민들에게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는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행정이 민선자치시대의 행정이건만 여전한 옛 관행이 또다시 행정에 대한 불신을 키워놓은 셈이다.
이날 영천리 주민들은 올 10월까지 약속한 지원사업을 지키고 98년 2월 이후에는 어떠한 쓰레기도 반입할 수 없다는 것을 못박고 ‘반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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