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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19.05.31 17:53
  • 수정 2019.05.31 19:20
  • 호수 1259

당진시대·평택시민신문 공동취재스페인 빌바오시(하)
“빌바오에 오는 이유는?” “여기에만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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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에 밀렸던 도시,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
“가치 중심의 도시를 그려 나가고 있다”

▲ 구시가지에는 맛집과 액세사리 상가가 몰려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1994년 빌바오시에서는 연일 포항제철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빌바오의 주력산업 가운데 하나인 제철소의 철강 원자재가 포항제철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수출이 중단됐다. 이 여파로 제철소는 생산량이 60%로 감소하고 빌바오 지역의 실업율이 48%까지 올라가는 최악의 상태로 내달았다. 노동자들은 지방정부에서 외국자본이나 기업유치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실업자 구제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구겐하임 미술관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에 노동자들은 정치인들에게 배신감을 느꼈고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 것이다.
주정부는 도산하는 기업을 지원하지 않고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공장 부지나 창고건물을 매입했다. 빌바오의 랜드마크인 구겐하임 미술관은 철강창고였고, 콘서트홀은 제철소가 위치했던 장소다. 포항제철과의 경쟁에서 밀렸던 빌바오가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의 지자체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구겐하임 프로젝트가 성공한 이후에도 아트랜틱 빌바오 스타디움은 2015년 싱가포르 국제 건축포럼 스포츠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독수리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을 한 빌바오 공항, 산뚜츄 지역의 사회복지용 아파트는 에너지 효율 100%로 짓는 등 새로 건축되는 공공건물은 확실한 전략과 콘셉트가 설정돼 있다. 빌바오가 살기 좋아 20여 년을 거주하고 있다는 안종하 씨는 빌바오 도시재생의 특수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빌바오에 왜 오느냐”고 물으면 “여기에만 있으니까”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의 싱크탱크 ‘메트로30’

빌바오 도시재생사업은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메트로30과 이를 실행하는 리오2000을 양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1991년 조직된 메트로30은 빌바오시를 비롯해 지역은행, 전력회사, 대학, 적십자 대표 등 130여 개 단체의 공공기관과 민간단체대표들로 구성돼 있다. 메트로30의 대표는 빌바오 시장이 맡고 협의된 의제는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 130여 개 단체의 회비와 바스카야 주정부, 빌바오시의 보조금을 지원받지만 민간조직이다.

메트로30을 조직하고 지금까지 총책임을 맡고 있는 알폰소 마르티네스 씨는 빌바오 도시재생 방향에 대해 “첨단서비스 도시, 유럽의 허브 역할을 할 첨단공업도시, 문화관광 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트로30은 가치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강 주변을 살려내는 프로젝트와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 내도록 빌바오 시장의 도시재생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마르티네스 씨는 “시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면 안 된다”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수렴, 심사숙고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메트로30은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도시재생을 기획하는 단체”라면서 “조직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도시재생을 지원하고 논의 장소를 마련해주는 창구 역할을 넘어 주인공이 되고자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실행기관 ‘리오2000’
메트로30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민간단체 대표들의 협의구조라면 리오2000은 메트로에서 논의되고 합의된 정책을 각 부문에서 실행하는 공공기관 대표들의 협의체다. 메트로30이 정책개발을 하면 리오2000은 공공용지를 개발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국토해양부(중앙정부), 항만(중앙정부), 철도청, 바스크지방, 비스키야주, 빌바오시와 인근도시가 참여하는 리오2000 역시 대표는 빌바오 시장이 맡는다.

전체 사업비의 80%는 공공부지 재개발을 통한 수익금으로 10%는 유럽연합 기금으로 나머지 10%는 빌바오시 소유의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으로 충당한다. 빌바오는 소로사울 지역 재생사업처럼 마스터플랜이 나온 지 10년이 지난 2018년에야 첫 삽을 뜨는 등 지역시민들의 의견수렴을 해나가고 있으나 구겐하임미술관, 지하철 및 공항 건설 사업 등은 시민들의 항의와 반대를 무릅쓰고 강력하게 밀어부치고 있다.

리오2000의 홍보담당자인 델가도 씨는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와 공원 조성사업을 하고 모든 신축건물에는 임대주택을 의무화하는 등 시민들의 편의와 복지를 위한 사업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며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에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 알폰소 마르티네스 ‘메트로30’ 총책임자“

쉬지 않고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알폰소 마르티네스 씨는 빌바오 도시재생사업을 기획하는 ‘메트로30’ 조직구성의 산파 역할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본인을 ‘빌바오의 엔지니어’라고 소개한 마르트네스 씨는 “1980년대 빌바오 지역의 극심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위헌적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치단체장에 너무 많은 권한을 주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전쟁터에서 장군들의 역할에 집중해서는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곳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자 마르트네스 씨는 “기성세대들은 변화를 추구할 수 없다”면서 “아무 말도 듣지 말라. 미래의 구성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빌바오 도시재생의 성공비결은 무엇인가?
민간과 공공의 협력 그리고 시민들의 주인의식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도시재생사업 전후가 어떻게 달라졌나?
시민들의 소속감이 높아졌고 도시전체가 브랜드화 됐다.

도시재생 사업을 하면서 아쉬운 점은?
되돌아보면 도시재생사업을 더 빠르고 강력하게 추진했어야 했다. 문제가 발생해도 쉬지 않고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를 어떻게 이끌어 냈나?
공공기관 대표들은 도시재생의 리더 역할과 안정적인 투자를 책임지고 민간단체들은 일자리에 참여하면서 사업이 진행됐다.

정치인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지 않나?
정당과 정치인의 임기에 상관없이 조직을 구성해야한다. 정책과 전략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비전이 중요하다.

대형 프로젝트에 지역건축가가 참여하고 있나?
설계에 지역건축가가 참여했다면 오늘날의 국제적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갈등이나 이해충돌은 없나?
30년 동안 조직이 유지되면서 갈등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하는 기구로 발전했다. 시장이 교체돼도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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