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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충회의 일본기행기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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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정보개방법 통과했으나...

허충회의 일본기행기 마지막회

허 충 회

전 당진군농민회장
전농 충남도연맹 부의장

들어가면서… 대전·충남지역운동 연대와 일본 평화헌법을 살리는 구마모토 현민의 회는 4년전부터 민간단체 교류를 통해 양국의 시민운동을 소개하고 각 분야별 정보를 교환하며 특히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매년 쌍방의 교류방문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지난 7월 일본측의 한국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10월20일부터 3박4일간 충남지역 환경·교사·농민·시민운동 등의 분야에서 4명이 참가했다.
방문을 마치고 이 글을 쓰게 된 건 한·일 양국의 국민들이 올바른 한·일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이런 민간교류가 확대되어 좋은 결실을 맺게 되기를 바램에서이다. 각 분야별로 내용을 정리하여 글을 쓸까 생각하다가 일지형식으로 서술함이 차라리 현장감을 더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쓰게 됐다. 독자님들의 양해바란다.

작년에 정보개방법 통과했으나 보수의 벽 높아
야스시로시에는 시민운동단체가 뽑은 개혁성향의 여성의원 있어

■제4일 (10월23일)
야스시로 여성시민회장댁에서 아침 7시에 일어나 작별인사를 했는데 주인내외는 녹차와 약간의 다과를 대접하며 문밖까지 나와 정중한 전송을 해줬다. 일본에선 어디를 가도 녹차로 손님을 대접한다.
주영덕씨는 아침 일찍 자기 소유의 사업용 승용차를 끌고와 방문단을 자기가 직접 경영하는 한 식당으로 초대했다. 비교적 넓은 홀과 네개의 객실이 있는데 객실은 부모 고향인 목포와 부산이름을 붙였고 세계적 명산인 백두산과 금강산 이름을 붙였다. 아침은 오랫만에 매콤한 김치와 멸치볶음, 콩나물 등으로 한식을 즐겼다. 당진의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과 맛이 똑같았다.
식사후 주영덕씨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한 다음 야스시로 시청을 방문해 부시장역과 시행정 전반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1945년까지는 현이나 시의 관료를 정부에서 임명했지만 1947년 선거법이 제정되어 지사와 시장을 주민 직접선거로 선출한다. 시 행정에 주민참여를 높이기 위해 작년 10월에 정보개방법을 조례로 통과시켰으며 시의 재정 지출문제 등에 이의가 있으면 주민 5명 이상 연명으로 주민감사청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보수의 벽이 두텁고 정치권의 오염이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어 아무리 제도가 좋더라도 행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의례적 면담을 마치고 한개의 복도를 지나 시의회를 방문했다. 의회의장과 면담하는 동안 여성의원 한사람이 같이 자리를 했는데 이 여성의원은 바로 야스시로 시민운동단체들이 뽑아낸 유일한 개혁성향의 의원이다.
시의회의장은 야스시로시는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농업지역임을 강조하며 최근 중국의 값싼 다다미가 수입되어 농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말하고, 작년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열차를 타고 한국 농촌모습을 봤을 때 무수히 많은 포도밭이 있었는데 일본수출을 겨낭한 것 아니냐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경북지역의 포도단지와 천안의 입장포도단지를 봤던 모양이다. 나는 오히려 칠레의 생포도가 한국에 수입되어 한국의 포도농사와 과수농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일침을 놓았다. 농업지역의 시의회의장으로선 농업전반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방문단은 여기서 공식적 방문일정을 모두 마치고 열차로 후쿠오카공항으로 이동해 오후 1시45분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작별전 공항까지 전송을 한 주영덕씨가 점심대접을 제안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사비로 출연한 것 같아 기내식으로 충분하다고 사양하며 헤어졌다.
재일교포 2세로서 일본생활이 전혀 불편이 없을 정도로 몸에 배어 있겠지만 민족간 불평등을 겪으며 한국이 경제적·정치적·평화적으로 발전해 모국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높아지기를 열망하는 그의 얼굴에 눈물이 젖어들고 있었다.
비행기가 힘차게 이륙하고 난 뒤 고된 일정의 피로가 겹쳐 잠깐 조는 사이 벌써 비행기는 한반도 상공을 나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 좌석번호 G번을 얻었는데 바로 창가였다. 지상 10㎞ 상공에서 내려다본 창공은 구름한점 없이 맑았으며 한반도의 육지가 그럼처럼 생생하게 펼쳐졌다. 대단히 크고 넓은 산줄기엔 단풍이 빨갛게 타고 있었으며 그 사이로 구불구불한 큰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로 충주호와 월악산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산간벽지를 제외한 웬만한 논은 곳곳에 경지정리가 잘 되어있어 일본과 비교가 됐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수속을 하는데 창구가 혼잡해 일본서 한국에 온 시간보다 더 걸렸고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태도와 친절도가 일본의 직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무성의했다.
청사를 간신히 빠져나오니 아름다운 여성 한사람이 일행을 맞이했다. 바로 방문단 중 한사람인 금홍섭(33세, 대전·충남지역운동연대 간사)씨의 부인이다. 둘은 결혼한지 5개월째로 금씨는 일본에서 틈틈이 전화통화를 했고 대전에서 굳이 남편을 배웅하러 온 것이다. 이번 방문단장인 임효상씨가 저녁을 사겠다고 제안해 일행이 함께 식사를 하며 방문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고 헤어졌다.
이번의 민간단체의 일본방문은 방문자 스스로 자기비용을 들여 국제적 교류를 통해 각 분야별 공동선을 찾고 특히 한·일 민간체 연대속에서 한·일 관계를 올바로 인식하고 시민운동의 중요성과 발전방향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해 본다.
일본이 학교와 모든 기관에서 천왕을 찬양하는 노래와 깃발을 걸도록 강제하는 현실은 우리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일본 시민단체의 시각이 너무 경직돼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일본 교과서 왜곡문제, 독도 영토분쟁문제 등은 여전히 한국인을 자극하고 있으며 집권세력의 보수성과 호전성은 한국인이 항상 염두에 두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의 외교력을 향상시켜 일본의 빗나간 태도에 대해 시의적절하고 뚜렷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며 우리 국민들 또한 의식을 고취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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