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3-28 10:44 (목)

본문영역

여백 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 숙 현 / 한우리독서문화원장
박노해의 책 「사람만이 희망이다」

밀린 책읽기로 한주일간의 휴가를 보내야지 하고 큰 마음 먹었습니다. 여러 권의 책을 애인삼아 뒹구는 재미도 괜찮습니다.
「숨어사는 즐거움」 -허균 지음, 김원우 엮음-
「소설속의 철학」 -김영민, 이왕주-
「미국정신의 종말」 -앨런 불룸-
「실험학교 이야기」 -윤구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화려한 나들이가 없다고 심란하지도, 서운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여름 또 한사람 사랑할 사람 있어 가슴 떨려오거든요.
신문에서 더러 본적이 있으시지요 ‘얼굴없는 노동자 시인’으로 불리웠지요.
칠년째 감옥에 있으면서 쓴 산문과 시들이 어우러져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말하고 있더군요.
화려한(?) 수식어로 대신하지 않은 그냥 사람으로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동안 편견에 가려져 볼 수 없었던 그 사람됨을 전해 보지요.
숨은 야심
- 박노해 -
나에게는 오랜 시간 홀로 품어온 꿈이 하나 있습니다.
작은 초가 흙집에서 우물물 길어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짓고
거름을 삭혀 먹을 만큼 농사 지으며 적게 갖고 나눠 쓰며 사는 조용한 생활
여린 지구 위에 깃털처럼 가볍고 다숩게 얹혀서
덜 망치고 덜 해치며 살다가 때가 되면 흔적 없이 가는 삶
내 가난하고 맑은 살림 속에 피어나는 나직한 말과 글을 이웃에 바치며
황폐해가는 흙과 뿌리를 보살피다가
그저 거적 한 장에 말아 발길 드문 곳에
나지막이 묻혀 돌아가고 싶은 욕망 하나 있습니다.
-중략-
그리고 나에게는 아직도 버리지 못한 숨은 야심이 있습니다.
나도 남 못지않게 고생 좀 했다고 해서가 아니라
정말이지 꼭 한 번 차지하고 싶은 자리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농사 마을 이장 노릇 한번 해봤으면....
젊은 청년들과 여자들 아이들 청소년 노인들 장애우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우리 농사 마을 이장 노릇,
연봉으로 쌀 몇 가마 받는 막중한 이장님 자리 한 번 해봤으면...
역시 박노해가 파란만장으로 고생 종 하더니 이장 노릇 하나는
‘똑’ 사운드 오브 뮤지컬로 잘 한다고 두고두고 인정 받고 싶은
야심 하나는 아직 제 뱃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