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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2005년 12월 28일 () 09:01:00 webmaster@mjmedi.com
   
 
2006년, 신명나게 열어 봅시다!

12월의 달력은 상당히 어중간한 입장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가는 해의 마지막 장과 오는 해의 첫 장에 있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가는 해와 오는 해의 접점에서 항상 보는 이로 하여금 아쉬움을 남기는 역할을 하면서도 또 다른 희망을 꿈꾸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하튼 다사다난했던 2005년의 12월 달력이 2006년 1월 달력으로 바뀌면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을 뿐이지만 12월 31일과 1월 1일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이 하루만이라도 우리는 한 해를 반성하기도 하고, 한 해를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모두들 2006년을 맞이하면서 올해에 꼭 이루고 싶은 희망 사항을 하나 정도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 희망 사항이 꼭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광대들의 놀이처럼 항상 신명나게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면 좋겠다.

2005년 12월, 국내외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뜨겁게 경쟁하는 사이에 개봉한 한국 영화 <왕의 남자>는 왕과 광대들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2006년도의 포문을 여는 영화이자, 새로운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로 인정받고 있다.

조선시대 연산조.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감우성)은 동료인 공길(이준기)과 힘 있는 양반들에게 농락당하던 생활을 거부하고 한양으로 올라온다. 타고난 재주와 카리스마로 놀이패 무리를 이끌게 된 장생은 공길과 함께 연산(정진영)과 그의 애첩인 녹수(강성연)를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여 한양의 명물이 된다. 하지만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가 문초를 받게 된다. 이 때 장생은 당당하게 왕을 웃겨 보이겠다고 하고, 실제로 왕을 웃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왕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길이의 특유의 연기에 왕은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웃어버리게 되고, 이들의 공연에 흡족한 왕은 궁 내에 광대들의 거처, 희락원을 마련해 준다.

<왕의 남자>는 연극을 각색한 영화로 탄탄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극에서 보여줄 수 없는 다양한 볼거리들을 충분히 표현하면서 조선 연산군 시대를 담은 사극 영화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감성과 이성, 대중예술과 고급예술, 자유와 규율 등이 충돌하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신에 가까운 왕과 저잣거리의 천민이자 공연 후 몸을 팔아야 하는 광대의 만남은 기존의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신선한 접근이며, 역사적 인물들을 보다 입체감 있게 표현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유쾌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황산벌>을 연출했던 이준익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왕의 남자>는 조선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현대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로 현대적인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부담감 없이 보여주는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영민한 영화 <왕의 남자>는 2006년을 맞이하는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새로운 시대의 관객들에게 색다른 취향을 전해줄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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