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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숙 현 / 한우리독서문화원장
아름다운 고전처럼 살고 싶다

망중한을 즐기려고 책꽂이에서 빛바랜 책을 꺼내 보았습니다.
좧오늘의 시 1989년 상반기좩 이 책의 여백에 연필로 쓰여진 시가 있더군요. 평소에 좋은 글귀를 메모하는 버릇이 있는터라 지은이가 적혀 있지 않아 찬찬히 들여다보니 시정(詩情)?에 못이겨 제가 끄적인 것이었습니다.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에 웃고 말았지만 그 낯설고 반가움이란 무어라 전할 수가 없네요.
9년여의 세월을 거슬러 그때의 심정이 전해오더군요. 대단한 문장가가 아니더라도 글에 마음을 담을 수 있더군요.
한여름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문제들로 북새를 떨던 1997년 당진의 여름이 지났습니다. 옛날의 흔적 하나에 흥분되어 성급하게 가을 정취에 빠져드는 자신을 보며 인간의 간사함을 보게 됩니다.
이번 여름에는 풍문으로만 안부를 들을 수 있었던 친구에게서 책을 한 권 받았습니다. ‘길이 없어도 그대는 온다’라는 근사한 제목을 단 시집이었습니다. 어엿한 시인이 된 친구를 이십사년만에 사진으로 만나면서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지요.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좋은 기억들만 비집고 나오는 것 같아요.
누군가 제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지요. 옛날이야기를 할 때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나요. 그것은 현재가 그만큼 고단하단 얘긴가요. 주옥같은 시들을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시에 녹아있는 삶의 진정성에 친구가 얼마나 꼼꼼히 살아왔는가를 느꼈습니다. 글쓰기란 삶을 제대로 일구고 가꾸기 위해 필요한 최대의 방법이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또 확인하게 되더군요.
제가 늘 존경하는 분의 책 서문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나네요.
‘언젠가 어린시절에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 한 토막이 떠오른다. 좧영원한 한 권의 고전을 남기고 싶다좩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좧난 아름다운 고전처럼 인생을 살고 싶다좩고 한적이 있다.’
본심에 대한 탐구와 모색이 외면당하는 이 시대에 껍데기에 연연하지 않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도(道)를 구하는 길 만큼 어려운 일 일지 모릅니다.
제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훌륭한 이들을 기억하면서 고전의 주인공이 되기위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바깥 바람이 어제와는 다르더군요. 계절만큼 좋은 나날이길 빌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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