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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2006년 01월 13일 () 14:01:00 webmaster@mjmedi.com
   
 
정의를 위해 뛰는 야수 같은 두 남자

1980년대 후반, 주윤발과 장국영이 출연한 <영웅본색>을 보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담배나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꽤나 폼을 잡고 다녔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일명 ‘홍콩 느와르’라 불리웠던 당시 홍콩 갱스터 영화는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창출하면서 암울한 시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홍콩 영화는 더 이상의 발전 없이 인기에 안주하며 끝없이 아류작을 생산하다가 결국 스스로 몰락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00년대 한국 영화계는 ‘홍콩 느와르’의 변종들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조폭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게 되었고, 흥행에서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한국 사회는 또 다른 장르를 원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지난 해에 개봉한 <태풍>의 뒤를 이어 <야수>가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며 하드 보일드한 남성 영화의 시대를 선포했다.

강력반의 다혈질 형사 장도영(권상우)은 조폭 보스 유강진(손병호)의 하수인에 의해 이복 동생을 잃게 되자 그를 수사하게 된다. 검사 오진우(유지태) 역시 자신이 잡아 넣은 유강진이 출소해 정계진출을 준비하자 그에 얽힌 살인사건과 비리에 관한 재수사에 착수한다. 장도영과 오진우는 서로 각기 수사를 벌이다가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 팀이 되어 공동의 적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위협을 느낀 유강진에 의해 장도영과 오진우는 음모에 빠지게 된다.

‘야수’는 원래 사람에게 사육되지 않고 산이나 들에서 자연 그대로 자란 짐승 또는 몹시 거칠고 사나운 사람을 이르는 말로, 매우 혼란스러운 정글 같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현대인들을 일컫는 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야수>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야수 같은 캐릭터들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영상도 매우 ‘야수’답게 계속 질주하며 살아있는 액션을 맘껏 보여준다. 특히 배우 권상우가 스턴트맨 없이 모든 액션 연기를 소화해 내면서 이 영화의 흥미를 배가 시키고 있으며, 신인감독답게 다양한 촬영기법을 선보이면서 볼거리들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영화에서 주되게 다뤄지고 있는 형사와 검사, 조폭이라는 너무 전형화 된 캐릭터를 좀 더 자세하고, 새롭게 풀지 못한 채 기존의 느와르 영화의 형식에 연연해 이야기를 진행시키다 보니 관객의 감정이입을 방해하면서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가 되었다. 이 후에 개봉할 <홀리데이>를 포함해 남자 배우들의 선 굵은 연기가 돋보이는 강한 남성 중심의 영화들이 연이어 나오는 시점에서 이 영화들이 과연 여성 관객들까지 껴안을 수 있을지는 관객의 몫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이는 앞서 언급한 홍콩 느와르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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