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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1.02.26 00:00
  • 호수 359

[알고봅시다]방송3사 가요순위프로그램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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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팬클럽 ‘몰표’로 만들어지는 쇼

알고봅시다
방송3사 가요순위프로그램
" 민언련 언론모니터 보고서 "
작성자 : 방송모니터 (ccdm@ccdm.or.kr)

가요순위 프로그램의 문제점
10대 팬클럽 ‘몰표’로 만들어지는 쇼,
장르 다양성 해치며 ‘댄스’만 보여줘

(1) 순위의 공정성 문제
현재 각 방송사에서는 잡음 많은 가요프로그램의 순위 선정에 있어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KBS는 전국에 있는 2,300명 투표인단의 투표 결과와 가요 선정위원단 투표결과, 그리고 각 가요별 방송회수를 근거로 하여 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MBC의 경우는 자체적인 사전 리서치결과 및 ARS집계, PC통신을 통한 집계, 거리투표 결과를 포함한 방식으로 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끝으로 SBS는 가요심사위원단 투표와 리서치, PC통신, 음반판매량을 종합하여 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공정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요컨대, 우선 투표인단이나 가요 선정위원단 등 방송사가 구성한 선정위원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선정위원회의 구체적 구성방법이나 이들의 대표성, 전문성은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순위선정에 25%의 비중을 차지하는 MBC의 ‘거리투표’도 진행방법이나 참가방법이 제시되지 않는다. 또한 전화투표로 알려진 ARS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의 ARS는 유료로 이루어지며, 순위선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가요순위프로그램 시청자들의 상당수가 어린 학생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를 1위로 만들기 위해 ARS 전화나 PC통신, 인터넷 등의 매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10대 팬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스타일수록 1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기스타들의 순위 급상승이 두드러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표적으로 그룹 god의 ‘촛불하나’는 ‘거짓말’이 물러나자마자 갑자기 10위권으로 진출했으며, 핑클의 ‘feel your love’ 역시 갑자기 순위가 20위 이상 급상승하기도 하였다. 최근 방송사들이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한 전화번호당 1번, 혹은 2번의 기회만을 주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등 개선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형식적 조치로 특정 팬클럽의 ‘몰표’를 통한 순위 올리기를 막는 것은 역부족이라 하겠다.
방송사의 가수들에 대한 ‘괘씸죄’ 적용도 가요순위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를 드러나게 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작년 가을 컴백했던 서태지의 경우 MBC 독점출연으로 <음악캠프>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KBS와 SBS에는 순위에조차 들지 못했다. KBS <뮤직뱅크>를 컴백무대로 삼았던 엄정화와 임창정의 경우도 MBC와 SBS 순위프로그램에 한동안 출연하지 못했다. 방송출연 선택의 전권이 제작자에게 있는 상황에서 ‘서태지 사건’은 순위가 방송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2) 가요 장르의 편중 문제
가요 순위프로그램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특정 장르에 대한 편중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분석기간 동안에 방송된 3사 프로그램을 보면 내보낸 가요가 대부분 10대들이 선호하는 댄스와 발라드 중심이었다. 댄스음악의 경우 MBC <음악캠프>가 61%에 이르는 등 세 방송사 평균 50% 이상의 높은 비중을 보였다. 다음으로 예상대로 발라드 역시 세 방송사 평균 25% 이상의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반면에 락이나 트롯, R&B 등의 장르는 거의 방송되지 않았다. 국내외 대중음악계를 보면 갈수록 음악장르가 세분화·다양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인터넷이나 뮤직채널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에 대한 애호 집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는 유독 댄스음악과 발라드 등 특정 장르의 음악만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가요순위 프로그램이 음악 장르의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은 것이다.
더구나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 음악의 장르구분 없이 무작위로 순위를 부여하는 방식은 음악의 장르적 특성을 무시하는 ‘폭력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대중문화예술에 대한 편견이 적어지면서 대중음악도 하나의 중요한 문화영역으로 인정받고, 심지어 대중음악인도 아티스트로 불리워지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음악에 대한 세밀한 분류와 분석 없이 단순히 ‘인기’라는 일률적인 잣대로 음악을 평가하고 이를 기준으로 매주 순위를 발표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공정하지 못한 일이라고 하겠다.

(3) 음악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 문제
<뮤직뱅크> <음악캠프> <생방송 인기가요>와 같은 가요순위프로그램이 과연 진정한 대중음악 프로그램인지, 그 정체성 문제도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현재 방송3사 가요순위프로그램은 대중음악 프로그램이기보다 일종의 ‘버라이어티 쇼’라고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할 정도로 순수한 음악프로그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다보니 가요순위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시청자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준다기보다는 화려한 의상과 춤 솜씨를 보여주는 데 여념이 없다.
실제로 모니터 해본 결과 현재 방송 3사 가요순위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가수들 가운데 직접 노래를 부른 가수는 대략 20% 정도에 그치고 있다([표1] 참고). 쉽게 말하자면 가요프로그램에 나와 노래를 한 가수 중 진짜 노래를 한 사람은 10명 중 두세명 정도였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금붕어’처럼 입만 벙긋대면서 음악에 맞춰 노래부르는 흉내만 낸 것이다. 주로 립싱크에 의존하는 가수들은 공통적으로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 율동 등 노래 외적인 요소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으며, 대부분이 댄스가수였다. 댄스가수 중 직접 노래를 부른 가수는 박미경, 듀크, 디바 정도였다. “댄스가수들은 춤이 격렬해 립싱크를 한다”는 게 방송사와 가수들의 변명이지만 지난해 말 10대 가수 가요제의 경우 박지윤이나 god는 그다지 격렬하지 않은 춤에도 립싱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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