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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이명자/여성의 군정참여와 밥짓는 부녀회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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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여성의 군정참여와 밥짓는 부녀회장들

14일 신평면에서 열린 김낙성 군수의 연두순방에서는 겉으로는 여성의 군정참여를 외치면서도 현실에서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공직사회의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씁쓸한 사건(?)이 있었다.
이날 순방에는 신평면내 각급 기관·단체장을 비롯, 각 마을 이장 등 주민대표 1백여명이 참석해 올 한해 동안 추진될 군정과 면정에 대한 보고를 듣고 김 군수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물론 각 마을 부녀회장들도 참석했다.
그런데 행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군정보고가 한창 진행될 즈음 참석했던 부녀회장들이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어딜 갔을까. 의문은 행사가 모두 끝난 뒤에야 밝혀졌다.
김 군수는 이날 전에 없이 군 행정에 여성의 참여를 강조했다.
김 군수는 컴퓨터교육을 읍·면 복지회관에서 열어달라는 모 여성단체 전직회장의 건의에 답한 후 이렇게 말을 이었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당진군에서도 여성의 군정참여를 위해 군 산하위원회 구성원의 25%를 여성으로 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여성들이 참여를 하지 않으려고 해 위원회에 여성이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김 군수는 이어 군정보고를 다 듣지 않은 채 자리를 뜬 부녀회장들이 서운(?)했는지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어서인지 모두 다 나갔다”며 “여성계에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군정에 참여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런데 김 군수가 이처럼 여성의 참여의식부족을 지적하고 군정참여를 강조하던 바로 그 시간, 누구의 보고를 받았는지 학교운영위원회 때문에 중간에 자리를 뜬 것으로 김 군수가 알고 있었던 부녀회장들은 다름아닌 신평면의 의뢰로 이날 행사 참석자들의 식사준비를 위해 인근 신협회관식당에서 밥을 짓고 있었다.
각 마을 여성들의 대표자로 군정보고회에 초청되었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부녀회장들이 참석자들의 식사 때문에 군정보고회는 뒷전으로 하고 미리 자리를 뜬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동기를 부여한 주체가 ‘여성의 군정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행정기관이었던 것이다.
부녀회장들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 굳이 심각하게 논의하지 않더라도 노인들을 위해 경로잔치에서 밥을 짓는 것과 군정보고회에서 밥을 짓는 것이 똑같은 의미로 해석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부녀회장은 봉사자이기도 하지만 마을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위상을 찾으려는 부녀회장들의 노력도 요구되지만 군 산하위원회에 여성참여 비율을 늘리는 제도적인 배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여성들이 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와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주는 일 아닐까.
군수는 여성의 군정참여를 강조하고 면장은 군정보고회에 참석해야 할 부녀회장들에게 식사준비를 맡기는 현실에서 여성의 군정참여는 듣기 좋은 구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대해 송창석 면장은 “부녀회원들간에 화합의 기회도 되고 기금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부녀회에서도 자체 논의를 거쳐 수용하기로 결정해 식사준비를 맡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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