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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04.05 00:00
  • 호수 268

[건축문화의 해 기행수필-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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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기를 박았다/ 영탑사 유리광전 들보

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2 - 쐐기를 박았다/ 영탑사 유리광전 들보

나는 일요일과는 아무 상관없는 생활을 하며 산다. 팔자가 좋은 것인지 나쁜건지는 뒤에 두고 볼 일이고, 일요일이면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밖에 나가서 공부하는 자식들이 혹시 와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 명의 애들에게 한 놈씩 순번을 먹여서 얼굴을 보여 달라고 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한 놈이 바쁘면 다같이 바빠서 못오고, 올 때는 떼거리로 몰려 오고는 한다. 용돈을 깎는다는 공갈에도 학교일이 바빠서 못오는 것인데 억울하다고 떼를 쓴다. 애들이 안 온 일요일이 되면 아내 얼굴이 슬슬 부어 오른다. 아침도 주는 둥 마는 둥 애들이 못 온다고 전화를 했는데도 계단 발소리에 눈이 반짝 거린다. 이러 때는 얼른 아내에게 점수 딸 생각으로 머리회전을 시켜야 한다. 좋다, 산이라도 가지고 해 보는 거다. 다른 남자들은 이런 가정경영 묘수를 아는지 모르겠다. "여보 바람이나 쏘이지" 아내 얼굴이 쌜쭉하며 입가에 웃음맛이 살짝든다. 모처럼 좋은 기회가 왔다 산속 절은 언제나 와도 좋다. 절 집 옆으로 난 쪽문을 밀고 들어가서 구경을 한다. 종교로서가 아니고 절 집문화가 좋아서다.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다. 조시스럽다. 곁눈질로 백팔배를 올리는 듯한 쪼글쪼글하게 늙은 여자노인의 절하는 모습에서 종교냄새와 인간고뇌의 향이 풍겨 나온다. "뭘 보슈? 절은 않고" 절을 끝낸 여자노인이 슬쩍 웃으며 말을 건다. "옛날 집 지은 것 구경하며 다니지유" "그럼 뭘 좀 아슈?" "모르니께 보러다니지유" 그러자 여자노인이 눈을 아래로 내리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작년에 저승간 영감 극락가라고 가끔 이 절에 온다며 그 영감이 절집 짓는 도목수(총감독목수)질을 평생해서 서당개 오십년이 되었단다. 그리고는 "저게 뭔지 알유" 그러나 알턱이 없는 우리 내외다. "저게 쐐기유" 자기가 묻고 자기가 대답하고 쐐기란 어떤 틈바구니에 박아서... 하는거 아닌가. "제게 참 신기한거유" 하며 설명을 한다. 이 절 집은 바위에 부처님을 새기고 그 부처를 잘 모시기 위해 지은 집이란다. 처음 집을 살 때부터 바위 위로 대들보를 지나게 해서 바위와 들보가 서로 만나는 부분에 쐐기를 박아 들보의 힘을 덜어주고 자연석 바위를 기둥으로 사용한 것이란다. 얼이 빠졌다. 멍해진 내 아내 입 속으로 날 파리가 드나든다. 요새는 서당개가 오래되면 라면은 물론이고 집도 짓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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