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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05.31 00:00
  • 호수 276

[건축문화의 해 기행수필]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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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간 어우러져 굽은대로 뻗은대로

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6 - 천지간 어우러져 굽은대로 뻗은대로

오늘의 얽히고 설킨 문명의 껍질을 벗어나는 길은 산 속밖에 없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렇다고 훌쩍 산속에 파묻힐 능력도 용기도 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몰골이다. 이럴 때면 나는 내꼴이 참 못났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그 곳에는 풀,나무, 짐승은 가끔은 산 사람도 천지와 열러 살 고 즐기고 죽어가는 변화가 쉽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 곳에 가지 못할 수밖에 없는 내가 참으로 살고는 있는가 말이다. 이러한 가슴앓이를 식힐 방법으로 그 근처를 어슬렁대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산속을 헤매는 것이다. 어떤 목표가 없이 헤맨다는 것은 사람들 사는 곳에서도 어려운데 인간이 없는 천지속에 혼자 어정버정 돌아다님은 사람틈에서 쫄드락거리며 부대끼던 아주 작은 인간에게는 크나큰 무서움이 된다. 이때 반가운 것은 사람의 흔적이다. 산 속깊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길이 쪼가리를 이리저리 맞추어 찾아낸 아주 낡은 절간은 오히려 천지의 한 부분이지 인간의 한 쪽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 속에는 이쁜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반가움이 흐른다. 인간과 천지가 어우러진 모습은 이럴 때밖에 우리는 만나지 못한다. 산 속에 사는 나무는 곧은 놈은 곧은대로, 구부진 놈은 구부러진대로 적당히 어우러져 산다. 이 늙은 절간의 기둥도 굽은 눔 굽은 자리에 쓰이고, 반 듯한 자리에 쓰여서 집 속의 천지를 이루어 갓 시집온 새댁방 문지방으로, 시할아버지 헛기침 소리에 찌든 사랑방 들보로 사는 것이다. 우리들의 집은 직선보다는 적당한 곡선으로 마무리 되어지곤 했다. 그래서 굽은가 하고 보며는 반 듯한 선이 그려져 있고 직선이 구나 하면 어디인지 슬쩍 굽은 맛이 도는 집의 선을 이루어냈다. 우리네는 집을 지을 때 나무를 무조건 베어서 쌓아 놓고 집을 앉히는 것이 아니라 숲이 망가지지 않게 쓰임새에 맞추어 솎는 마음으로 쓰일 만큼만의 나무를 골랐다. 물론 집을 다 짓고 났을 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쪼가리 연재나 대팻밥은 집짓는 동안 먹거리 삶는 솥밑 구락쟁이에 들어 갔기 때문이다. 이렇듯 슬기로운 살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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