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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06.14 00:00
  • 호수 278

[건축문화의 해 기행수필]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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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터 뒷산이 하 높아서 얌전한 추녀

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7 - 집터 뒷산이 하 높아서 얌전한 추녀

카메라 외국여행을 나는 가끔씩 한다. 물론 우리문화를 주고 받는 한자 문화권 나라들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을 좋아한다. 그 곳은 땅심이 깊지 않아서 우리들 마을에 있는 당산 나무같은 큰 나무가없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나무가 귀해서 흙을 구워 만든 벽돌집 문화가 서리어 있다. 우리의 집과는 다른 맛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잣집이나 썩은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은 동북 쪽 만주지방에서 어렵게 구해온 나무로 집을 얽었다. 그 집들이 우리 건축의 본보기가 되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 때도 우리의 '가이드'는 조선족 연변의 이쁜 콩만한 처녀였다. '상해'시의 '청'나라 때 집을 안내하는 그 처녀는 입을 오무락거리며 집 설명을 한다. 그의 설명에는 형식적인 안내가 아닌 특별히 집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있는 듯한 아주 셈세한 설명이 깃들여지는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어떻게 그리 깊게 아시는가?" 제법 점잖게 물었다. "저는 연변대학 건축과를 졸업했씨요." "차이점은 뭐랴. 한국 건축과?" 이번에는 거칠게 반말투로 물었다(이게 꾸미지 못하는 내 본성이다). 얼굴이 쌜죽하더니 "중국은 땅이 넓고 열중에 여덟은 평야입네다. 그래서 중국 지붕의 선은 곡선이 심한 집들이 많슴네다. 다시 말하면 추녀가 하늘로 뻣쳐올라갔다 이거야요. 그 이유는 집 뒤가 수평선이기 대문에 하늘과 조화를 맞추기 위해서 이야요." 나는 멍하다. " 그러나 우리 조국은 산이 많아서 추녀가 평퍼짐하여 얌전합네다." " 그 추녀 곡선은 어떻게 만든거야?" 그녀는 눈이 반짝한다. 그리고 나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정말로 궁금하다. 땅속 얘기라도 나올까 해서 ... " 아주 간단합네다. 큰 목수가 울거리 기둥을 짠 후에 추녀 양 쪽끝에 목실을 느립니다. 뒤엣 산이 높으면 실을 팽팽히 땡기고 산이 야트막 하면 실을 늘여서 추녀의 선이 하늘로 삐쳐오릅네다." 집 지을 터 뒷산을 보고 집추녀의 선을 잡아 천지속의 집형태를 꾸며 낸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목말라하는 천지(자연) 얘기다. 비생산, 비과학적이고 바보같다고 배웠던 그분들이 생각은 몇백년전에 오늘의 우리를 감또개를 꿰듯이 뚫어 보았나 보다. 이 얘기를 하는 나는 행복하다. 옆에 듣던 아내가 내 옆구리를 꾹 찌르며 자기도 행복하다며 실실 웃는다. 하여튼 나는 냉수도 함부로 못 먹는 처지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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