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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09.20 00:00
  • 호수 291

[건축문화의 해 기행수필]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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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렵다는 철학을 문짝에서 배우다

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12 - 그 어렵다는 철학을 문짝에서 배우다

사람이 사는 곳이 집이다.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이다. 문에는 사람이 드나드는 문, 바람·귀신까지 드나든다는 창문이 있다. 문과 창문의 구별은 사람 다니는 문에는 낮은 문지방만 있고, 바람·귀신이 다니는 창문에 있는 머름중방(높은 문지방)이 없다. 이 창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살이 짜여져 있다. 어떤 문에는 문살대신 꽃, 물고기, 학 같은 것이 짜여져 있는 것도 본다. 이렇게 문살대신 다른 것을 짜넣는 것에는 그 시대의 정신적인면을 농축시켜 놓았다고 한다. 일반문살을 보고 띄살이라고 한다. 이 띄살은 상, 중, 하에 짧게 가로 짠 살을 동살이라 하고 세로로 길게 짠 것을 보고 장살이라 한다. 그 띄살의 숫자에 숨은 뜻이 재미있다, 우리 목수 조상들은 이 숫자에 주역(周易)을 끌어들여 철학을 가르친다. 어는 집 문 동상이 3(상) · 5(중) ·3(하)으로 짜여 있어서 이를 주역으로 읽으면 3인이란 숫자는 천(天) 지(地) 인(人)을 가리키고 가장 기본이 되는 철학의 숫자란다. 5는 하늘을 뜻하는 "9"라는 숫자의 중심에서는 숫자이고 모든 우리건축의 기본이 되는 숫자를 뜻한다. 이는 사람의 키를 5자(尺)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 "3"과 "5"를 더한 숫자 "8"은 우리 인간의 방위를 뜻하며 모든 방향을 이르는 4방 8방이란 말에 쓰이게 됐고, 우주를 나타내기도 한다(주역의 모든 숫자는 우주를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머지 "3"을 "8"에 더하면 "11"이 된다. 문의 살수가 "11"이므로 그 칸 수는 "12"가 된다 ("11"의 숫자는 좋지 않아서 "12"를 끌어 붙이기 위해 억지를 쓴 것인지도 모른다). "12"의 숫자는 시간의 숫자이고 우주를 뜻한다. 우리인간과 온갖 만물이 시간에 의해 태어나고 죽고 하는 것을 일깨워주는 숫자다. 우리들은 그 어렵다는 철학을 문짝에서 배우고8모난 주추에서 배우며 오늘가지 아무런 주장없이 그저 그렇게 말, 행동을 삼가며 스르르 살아왔다. 이런 천연스런 우리의 삶이 남의 나라 1m짜리 과학의 잣대로 얽어져서 물질의 넉넉함에 넋을 잃고 정신세계에서는 칡넝쿨에 설켜서 헤어나지 못하는 오소리 같은 꼴이 되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로운 천년이 오네 가네 하는데 나는 자꾸 천년 전이 그리워진다.

※ 위의 글은 신영훈 선생님께 배운 것을 살붙여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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