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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10.25 00:00
  • 호수 295

[건축문화의 해 기행수필]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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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도 매만져 가꾸는 문화

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14 - 보이지 않는 곳도 매만져 가꾸는 문화

서양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건축가 교수 집안 동생이 있다. 그가 엊그제쯤 내게 한밤중에 전화를 걸었다. 형님이 우리 건축에 대해 「당진시대」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을 열심히 읽어보니 우리 건축이 빼어나다고 하는데 궁금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경주 불국사엘 갔었는데 불국사 정면의 청운교, 백운교 서쪽, 동쪽으로 건물이 서 있는데 그 걸물 받침 기둥의 형태가 다르게 짜여져 있어서 조기에 불편했다는 것이다. 서쪽의 북이 있는 건물 돌기둥은 이상하게 복잡하고 목어가 있는 동쪽 건물 돌기둥은 아주 간결하게 짜여 있어서 서로 균형이 깨어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의 곳곳에는 인간과 인간과의 균형,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가 어우러짐을 볼 수 있다. 요란하지 않은 조화, 꾸미지 않은 듯 꾸민 균형, 뒷산과 집 추녀의 어울림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 문화의 밑바탕이 되는 신라문화의 알짜 눈깔인 불국사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도 건축전문가의 의견이다. 나도 답답한 김에 옛날 고건축 강의를 들어 배운 '신영훈'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여보시요" 하는 탁배기 전화음이다. 시계를 보았다. 밤 12시가 다 되었다. '너무 늦었구나!' 전화를 끊을까 말까 하다가 윈래 무던하신 분이라 눈을 꿈쩍 감았다. 늦게 전화한 사연을 사과 올리고 여쭈었다. 아주 간단한 답이었다. 서쪽에는 간결한 석가탑을 보완하기 위해 건물기둥을 복잡하게 짜고, 동쪽 다보탑은 기기 미묘해서 건물 받침기둥을 소박하게 세워서 서로 짝을 이루는 조화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물론 청운교, 백운교 앞에서는 건물에 가려서 두 탑이 보이질 않는다. 이것이 우리 문화의 맛이라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도 매만져 가꾸는 것, 즉 마음으로 모든 것을 헤아리는 심안(心眼)의 문화라는 것이다. 옛날 무섭고 차가웠던 아버지의 따뜻한 말씀 한마디 못듣고 자랐어도 그분의 마음은 언제나 우리들을 감싸 안아 숨진 사랑을 주셨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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