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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11.08 00:00
  • 호수 297

[건축문화의 해 기행수필]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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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있어 살찔 '턱' 없었던 우리 엄니들

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15 - 문턱 있어 살찔 '턱' 없었던 우리 엄니들

나는 요새 산사진 여행을 계획하며 꿈속의 시간을 보낸다. 보통 때는 몸을 위해 운동을 안해 온 나는 여행 땜에 겁을 먹고 헬스클럽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나는 화들짝 놀랬다. 그 곳에 운동하는 분들이 떡벌어지고 알통이 땡땡한 남자려니 했는데 거의가 여자분이었다. 꼭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던 기분으로 돌아나와 쩌르르한 등골을 씰룩거리며 숨을 돌렸다. 자꾸 살들이 찌는가 보다. 남·여자 할 것 없이 첫째는 음식이고, 다음에는 운동, 셋째쯤에는 생각 탓일 것이다. 운동이 부족한 것은 현대에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요새 집구조는 아주 편하게 지어야만 잘 팔린다고 한다. 문지방이 없고, 문만 열면 저절로 닫히고, 쪼그뜨리고 맍을 일 없고, 군불 때지 않아도 방은 뜨시고 정말 과학의 달콤한 맛을 찐하게 즐기는 시대이다. 그 덕분에 우리의 여인네들은 살이 폭폭 찌고 운동이 부족하여 몸이 찌뿌둥한 게 개운치 않은 것이다. 그래서 에이로빅, 사우나, 헬스로 여인네들이 몰린단다. 그러면 옛날 우리 엄니들을 보자. 옛날 집에는 턱 투성이다. 대문을 밀면 대문턱이 있고, 마당에 들어서면 토방턱이, 토방위에는 마루턱이 한참이나 높이 솟아 있었다. 마루에 간신히 올라서면 방 문턱이 또 버티고, 다시 돌아 내려오면 부엌문턱이 샐샐 웃는다.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 지피고, 꾸부려 밥 앉힌다. 된장을 퍼 올려며는 부엌 뒷문 높은 턱을 또 두단이나 넘어야 장독대로 갔다. 문턱을 넘고 건느길 왼 하루를 해야만 집안의 구석구석을 거울처럼 보듬을 수 있었던 것이 우리 옛집의 짜임새였었다.물린 저녁상과 사랑을 나누고 들어오신 우리 엄니들은 파김치가 되셔야 했었고 치마 아래단은 흙투성이셨다. 이런 집의 구조를 우리는 비과학적이라고 서양의 과학을 덥썩 물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엄마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건강을 찾는 꼴이 되었다. 새로 문턱있는 집을 지을 수도 없고 그래서 억지로 땀빼는 우리 엄마들이 너무 불쌍하다. 옛날 엄니들은 문턱이 있어 불쌍했고, 요새 엄마들은 문턱이 없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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