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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의 추억(Memoirs of a Geisha)
2006년 02월 03일 () 13:02:00 webmaster@mjmedi.com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동양 판타지

<왕의 남자>가 설 연휴 기간에도 꾸준히 많은 관객들을 이끌면서 82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지도, 유명한 톱스타가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탄탄한 이야기와 그에 맞는 영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수많은 국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공세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스크린 쿼터 축소라는 악재에 빠진 한국 영화계를 살릴 수 있는 방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관객들은 무조건적인 물량공세보다는 탄탄한 구성의 영화를 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제작 과정에서부터 숱한 화제를 낳았던 또 한 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이 개봉됐다.

가난 때문에 언니와 함께 교토로 팔려가게 된 치요는 자신이 게이샤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그녀를 시기하여 함정에 몰아넣는 하츠모모(공리)에게 겪은 갖은 수모 속에서 유일하게 친절을 가르쳐준 회장(와타나베 켄)을 마음에 담고 게이샤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마침내 그녀를 수제자로 선택한 마메하(양자경)에게 안무, 음악, 미술, 화법 등 다방면에 걸친 혹독한 교육을 받고 최고의 게이샤 사유리(장쯔이)로 사교계에 화려하게 데뷔한다. 그 후 하츠모모의 질투와 전쟁의 혼란, 기업가 노부와 남작을 비롯한 많은 사람의 구애도 거절한 채 회장을 향한 사랑을 지켜가던 사유리는 게이샤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가질 순 있어도 사랑만큼은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997년에 출판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아서 골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이샤의 추억>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우리나라의 김희선과 홍콩의 장만옥 등 유명한 아시아의 여배우들이 한 번씩 주인공으로 거론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 영화이다. 결국 <와호장룡>으로 할리우드에 알려진 장쯔이와 양자경, 전 세계에 중국 영화를 알린 공리 등이 캐스팅 되면서 일본 게이샤의 역할을 중국 여배우들이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뮤지컬 영화 <시카고>를 통해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주었던 롭 마샬 감독이 <게이샤의 추억>을 통해 그린 일본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단순히 예쁜 영상미로 모든 것을 포장하려고 한 것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영화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중국 여배우들이 일본 게이샤의 역할을 하면서 모든 대사를 영어로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 본 동양에 대한 판타지는 극에 달하며 영화의 정체성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로 인해 우리 관객들의 영화를 보는 눈높이가 한층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일본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 <게이샤의 추억>을 우리 관객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지 미지수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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