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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08.23 00:00
  • 호수 287

[음악이야기]오디오 노심초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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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 단계를 넘지 말라. 안 그러면 다친다

오디오 노심 초사증

음악감상 단계를 넘지 말라. 안 그러면 다친다

인생역정은 여러가지 고비와 역경이 수없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쉽게 넘기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고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음악감상은 아주 적절한 취미인 셈인데, 사실 취미를 음악감상으로만 그칠 수 있다면 그 이상 더 좋을 일이 없을 듯 싶다.
그런데 내가 아는 음악 동호인 치고 그것으로 그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것이 문제인 듯 싶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소위 음악감상 단계를 조금 넘어 오디오 단계에 이르면 비극(?)은 시작된다. 오디오 노심초사증이 발병하는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달콤하게 들리던 소리들이 전부 꺼칠꺼칠한 잡음으로 들리고 달콤하게만 들리던 첼로음이 어느 순간 풍선바람 빠지는 소리로 들리니 귀가 즐거운게 아니라 아예 고통스럽기까지 한다.
그리하여 큰 맘 먹고 JBL스피커와 쿼드앰프를 주축으로 하는 회심의 시스템을 장만했다. 당시로는 엄청난 투자였기에 이만하면 당분간 괜찮지 싶었는데 그건 잠시 뿐이었다. 동호인 사이에서 말하는 ‘그레이드 업’이 시작된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더 좋은 소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면 그냥 넘어가지만 알고서야 그냥 듣지 못하는게 탈이다.
열심히 이것 저것 바꾸고 소리가 왜 안 나아질까, 더 못해진듯 싶은데 어떻게 할 것인가 등으로 남에게 말도 못한채 벙어리 냉가슴 앓은 게 몇번이던가. 이렇게 여러번 바꾸다가 보니 결과는 오히려 완전한 ‘그레이드 다운’이었다.
주머니와 타협할 여지가 전혀 없음을 알고 아예 음악과 이별을 결심하고 몽땅 팔아치우니 앓던 이 뺀 것 같이 시원하기도 했으나 자기 마음대로 다루기가 힘들어 홧김에 절교 선언해버린 애인같아 한동안 허전해 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진여객 부장(Tel. 355-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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