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 가을은 어쩌면 수많은 언어들보다 한곡의 음악이 더 가슴속에 깊이 파고드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가장 즐겨듣는 음악, 거기엔 감동이 있고 사랑이 싹튼다. 음악이 풍부하게 흐르는 계절, 가을을 맞아 우리 모두에게 존재의 가치를 느끼게 해줄 이 한곡을 추천해본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고전음악 중에는 영화에 의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명곡이 적지 않다. 모짜르트, 슈베르트 등 수많은 곡들이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쓰여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는데 그중에서도 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가장 많은 영화에 삽입되어 그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면서 제일 유명하게 되었다. 여러편의 영화 중에서도 특히 최고의 여배우였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젊은시절 열연했던 영화 '여수(旅愁)'의 배경음악으로 쓰여 애호가들에게 급속히 퍼진 음악이다. 영화 속에서 테일러의 애인이 무대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동안 객석에 앉아 눈물을 펑펑 흘리며 감격해하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모습은 음악과 화면이 어우러 만들어낸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사실 이 곡은 엄밀히 말하면 고전음악으로 분류하기가 매우 곤란한 경우인데 작곡연대가 1900년도로서 시대로 분류하면 현대음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운율 또한 고전이나 낭만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는데 차이코프스키적인 짙은 우수와 리스트적인 화려하고 눈부신 기교를 탁월하게 하나로 빚어내어 베토벤, 모짜르트와는 또다른 음색의 명곡이다. 현대의 고전음악(?)이라 표현하면 맞지 않을까? 거기에 서정성을 가미한 2악장은 이 음악의 백미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