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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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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인물

잘난 인물

제나라의 대신 추기는 학식이 높은 것은 물론 키가 크고 얼굴도 잘생긴 보기드문 미남이었다. 어느날 아침 등청을 하기 위해 의관을 정제하고 거울을 들여다 보다가 갑자기 부인을 불렀다. “나와 서공중에 누가 더 미장부(美丈夫)라고 생각하오?” 당시 중국 최고의 미남으로 평판이 자자하던 서공이라는 사람과 자신을 견주어 솔직하게 비교해 달라는 것이었다. 부인은 그를 잠시 쳐다보다가 말했다. “당신이 훨씬 멋있지요. 더 잘생기구요. 서공 같은이야 영감한테 감히 견줄수가 있겠습니까.” 추기는 부인의 말만으로는 못미더워서 여종을 불러서까지 확인했다. 그러자 여종은 오히려 부인보다도 더 분명히 그의 편을 들었다. 마침 집을 찾아온 방문객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더니 이건 묻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부터 나왔다. “그야 대감이 더 출중하고 미남이신 것은 세상이 먼저 알고 있습니다.” 다음날 추기는 서공을 만났다. 그런데 아무리 뜯어봐도 자기가 미칠 바가 아니었다. “아내는 마땅히 내편을 드느라고 나를 추켜주었다. 여종은 내가 두려웠기 때문이고, 방문객은 내게 부탁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내 기분을 맞춰준 것이다.” 곰곰히 생각한 추기가 끝내 내린 결론이 그것이었다.
살을 섞고 사는 부부간에 조차 올바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니 어느 누가 바른 말과 바른 평가를 해주겠는가. 결국 최종의 사리판단은 자기의 몫이다.
1년이 멀다하고 각종 선거가 치러지고 기관마다 수시로 인사가 진행된다. 그때마다 유권자와 인사권자는 괴롭고 혼란스러워 한다. 잘난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만이 이 지역을 살릴 수 있고 이 나라를 바로 서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직자가 한 곳에 자리잡고 일할만 하면 인사가 터져 술렁거리고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그때마다 곳곳에서 이런 인사가 어디 있느냐, 이건 협잡이고 능력을 무시한 정실이라는 등 별의별 오만소리, 볼멘소리가 난무한다.
그러나 진정한 정치생도는 나를 뽑아준 주민을 위해 신명 바칠 각오부터 스스로 확인해야 하고, 성실한 공직자는 봉급주는 시민들을 위해 부끄러운 일없이 일편단심으로 헌신하고 있는지부터 자문자답해야 한다.
당선이 되고 영전이 되는 길을 트기에 앞서 진실로 잘난 사람이 되는 길이 뭔지 알아야 하는게 먼저라는 것을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옛날 말 하나도 안틀린다는게 또다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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