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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9 2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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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천국

요리천국

한 고을에 천석꾼 부자가 있었다. 집안의 가풍 또한 엄격해 안팎의 법도가 질서정연했다. 수십명의 가솔간에 위계가 분명하고 양식 이외는 곳간문을 열지 않았다. 그렇지만 필요이상의 잉여재산은 수시로 잡일을 도와주는 주변의 없는 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어 존경을 받아가며 말 그대로 동네의 큰 집 행세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 아들 내외가 새주인이 되었다. 그런데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젊은 마나님은 돌아가신 시어머니와 달리 씀씀이와 통이 크고 마음도 좋은 활달한 성격의 신식여인이었다.
철철이 날마다 이옷 저옷 멋들어지게 갈아입는 것은 물론, 하루 세끼니의 밥 외에는 알지 못하던 식솔들의 입맛이 차츰 법당위로 올라 갔다. 술도 자주 담갔고 온갖 떡편에 가지가지 음식들을 사흘이 멀다하고 해 먹었다. 음식솜씨 좋은 아낙네들이 예서제서 뽑혀왔고 그렇게 입이 즐겁게 되니 젊은 마님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허나 그것이 반복이 되면서 부자집에 얹혀 살던 수십여 호구들은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게 되었다. 결국 집안 한쪽에서 인기캡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가세가 기우는 지경을 맞이했다.
선대들이 옷바꿔 입을 줄 모르고 갖가지 음식 차릴 줄 몰라서 세끼 양식만 고집했겠느냐는 교훈을 소홀히 한 결과였다.
요즘 소량 다품질의 사회적 음식들이 즐비하다. 수많은 요리사들은 제빛깔의 독특한 음식을 내놓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분명히 내용은 몇가지로 뻔한 것인데 이 귀퉁에서 행사, 저 모퉁이 모임으로 하루한날 쉴틈이 없다. 그 밥에 그 나물이 왜 그리 많은지 사람 셋만 모이면 사회단체를 꾸민다. 움직이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는데 모임체는 우후죽순이다.
정부시책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글자만 틀리지 식상한 내용을 포장만 새로하여 책상 하나에서 한가지 시책이 나온다. 죽어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마음 좋아 이리 끌리고 저리 끌리는 주민이다.
아무리 자본민주사회에서 다양성도 좋지만 한정된 양식을 가지고 지지고 볶고 그렇게 많은 요리를 하다가 곳간이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 국력낭비라면 틀린 말일까.
행정적으로 추스리고 사회의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한 효율적인 사회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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