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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의 계절

근본의 계절

법의 날,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발명의 날, 바다의 날이 모두 5월에 들어있다. 정치적 색깔이 나타나는 몇몇개를 넣지 않아도 한달중 반가량이 기념일이다. 이중에서 음력 날짜로 정해지는 석가탄신일 빼놓고는 모두 양력 5월 속에 인위적으로 설정한 날들이다.
이날들을 면면히 살펴보면 거의가 사람의 근본을 생각하게 한다. 아마도 봄의 기지개를 켠 후 이때쯤이면 생존경쟁을 위해 본격적으로 정신없이 활동하는 시기가 되어 상호간에 근본을 잊어버리기 쉬워서 그런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인간의 정을 추스려 보자는 뜻이 담겨있을 듯하다.
아무리 바빠도 부모·자식, 스승과 제자, 이웃간에 정서적으로 메마르지 않게 끈끈한 정을 나누고 살아가면 얼마나 좋은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바램에 불과할 뿐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다. 바로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멋도 모르는 사람이 미풍양속 타령하며 옛날 이야기하고 있다. 설혹 해본다 한들 전시성이고 겉치레가 될 수밖에 없다. 옛날 선대들처럼 진심을 실을 수가 없는 것이다.
주거를 수시로 옮겨다니던 서양인들은 유목민족의 후예들로서 율법에 따라 움직이면서 실용적 사고방식이 몸에 배었다. 능력이 없으면 가차없이 사라져야 했다. 그래서 일찍부터 무조건적인 예의범절은 발을 붙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특히 극동3국에서는 농경생활의 정착민족으로서 일찌기 주역이론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급격한 상업·실용주의적인 변화가 정착민족이 갖고 있던 미풍양속을 지킬 수 없게 만들었다.
과외수업을 할까봐 뒤쫓는 감시반을 만들어 학교선생님을 가상의 범법자로 취급한다. 윗층에서 애들 뛴다고 직접 얘기도 안해보고 경비실 전화부터 한다. 현실은 사고방식의 차이로 부모와 자식간에 자꾸 멀어지게 된다.
어쨌든 이제는 상하관계없이 자기 역할을 못하면 어느 것도 바랄 수 없고 해줄 수도 없다. 스승·제자, 이웃, 가족간에도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 예의범절이 존재할 뿐이다. 너무 삭막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부모의 뜻대로 실천이 가능한 애는 전체의 5%일 뿐이다. 어린이날 선물보다 부모의 기대를 줄이는 것이 애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다. 5월을 특별이벤트 행사로 빛내기 전에 각자 욕심들을 낮춰잡는 선물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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