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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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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대로 비빔밥

이민선코너

되는대로 비빔밥

재작년 외환위기로 우리나라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세계적인 미국의 팝가수 마이클잭슨이 투자상담차 서울에 온적이 있다. 식성이 까다로운 편인 그가 호텔에서 비빔밥 맛을 본후 대단한 호감을 갖고 요리법을 배워갔다고 한다. 그런 뒤 우연인지는 몰라도 비빔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졌고 심지어 국제선 기내식으로 상당히 인기가 좋다.
우리네 재래식 부엌의 시렁위 채반에 담겨있던 꽁보리밥, 대접에 몇주걱 떠서 고추장과 이것저것 있는대로 서걱서걱 비벼 열무김치, 풋고추와 한그릇 뚝닥하던 기억이 40대 이상은 눈에 선할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식당 비빔밥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양이면 영양, 맛이면 맛, 거기에다 가격까지 저렴해서 어느 누구나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우리 고유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비빔밥은 일정한 틀이 없다.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 용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남아있던 반찬을 주섬주섬 집어넣고 뒤섞어도 된다. 심지어 아침에 먹던 된장찌개 몇숟가락을 떠서 함께 비비면 감칠맛은 더해진다.
형편에 따라 몇백원부터 몇만원짜리까지 가능하다. 아마도 같은 이름의 음식이 가격이나 재료가 이렇게 다양한 것은 거의 없을 듯하다.
가만히 음미해 보면 인생사 살아가는데 있어서 탈무드와 같은 슬기가 비빔밥 그릇에 담겨있는 것 같다.
어느 집 가훈이 ‘되는대로 살자’였다. 학교의 가훈전시회에 그 집 아이는 한사코 안가지고 간다고 했다. 창피하다는 것이다. 부모가 뜻을 잘 설명했지만 그래도 망설였다. 결국 가족회의에서 ‘성실’이란 가훈을 또 하나 만들어 두개 모두 출품했다. 언뜻 보기엔 내용이 정반대인 이 두 가훈을 보고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그 애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애는 집에서 짜증부리던 모습과는 달리 정색하며 설명했다.
“성실은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내용이고 되는대로 살자는 것은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융통성있게 일을 처리하자는 뜻입니다.”
모두의 박수를 받은 것은 물론, 비빔밥의 이론이 담겨있는 가훈으로 말미암아 특별히 상까지 받았다.
작금 언론에 뜨는 볼상사나운 사건들이나 우리주변을 둘러보면 너무나 결핍된 문제들이 많다. 이것 없으면 다른 대안으로 채워서 완성하는 비빔밥을 만드는 지혜가 몹시 아쉬워진다. 일이 안 풀릴 때도 한번쯤 떠올려 보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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