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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코너 78] 가족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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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코너 78

가족이야기

일흔 연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자잘한 집안팎일로 노후를 보내신다. 어머니는 밭 5백평과 스무마지기 논농사에 살림을 꾸리고 아버지는 약간의 가축을 돌보면서 인근 공장에 나가신다. 우리 두남매는 고1, 고3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침상을 따로 받으시고 그 옆에 부모님과 우리들이 함께 식사를 한다. 오늘은 기본 밑반찬에 무와 꽁치를 함께 지져내었다. 아버지는 젓가락으로 우리 두남매 밥그릇에 꽁치 큰도막 하나씩을 집어서 얹어 주신다. 어머니는 아무말 없이 바라보다가 밥 한술 입에 떠넣고 짠 꽁치국물을 쿡 찍어 잡수신다. 넘겨보시던 할머니가 밥뚜껑에 몇 도막 담아서 나는 비린 게 싫다며 우리 상에 밀어 놓으신다.
아버지가 가장 먼저 숟가락을 내리고 물 한모금으로 우물우물 입안을 씻으면서 “다녀올께유”하시며 작업복을 걸쳐 입으면 우리집 하루 일과는 시작된다.
드르렁거리는 아버지의 90년식 프라이드가 안스럽긴 하지만 학교 앞에 우리들을 안전하게 내려 놓는다.
할머니는 내내 집에서 털고 닦으시다가 오후 몇시간은 이웃친구 노인들을 만나러 나가신다.
우리 할아버지는 하루에 족히 삼십리길을 버릇처럼 걸으신다.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를 큰 대접으로 꼭 한잔 하신다. 어느 일요일 산책 후에는 이런 말씀도 하셨다. “재벌이 이 맛을 알까? 건강? 그거 어디 슈퍼에서 팔면 돈많은 사람들이 몽땅 사재기 할 껄.”
농사철이 아니어서 어머니는 요즘 겨울 채소 포장작업을 다니신다. 아버지가 만류하지만 개용은 족히 된다면서 재미있다고 하신다.
그리고 우리들에겐 항상 감사하며 살라고 하신다. 사람이 살다보면 즐겁고 기쁜 일도 많지만 여러모로 고통스럽고 괴로운 것이 실제 인생이라며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늘 감사하며 만족하는 것 뿐이라고 하신다.
“아무리 작고 적은 것이라도 고맙게 여길 때 행복은 문을 열고 들어오지만 사람이 눈길을 지나치게 위로 올릴 때 불행이 마중 나온다”.
어디서 숱하게 들어본 얘기인 것 같아도 일 나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며 다시 들려주시는 그 명언은 너무도 친근하다. 일가들이 모이는 명절이다. 언제나 우리를 포근하게 해주는 집안모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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