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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구의 사람아 사람아-합덕 원석우리 김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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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도 불속에서 단련해야 하듯이

합덕 원석우리 김유한

쇠도 불속에서 단련해야 하듯이
자연의 조건없는 혜택에 감사하며...가난과의 힘겨운 한판

쓰러졌다가 일어나고, 다시 쓰러졌다 일어나는 거듭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오뚜기 인생이라고 한다. 칠도팔기의 삶이라고.
합덕읍 원석우리에 살고있는 김유한(37세)씨가 여기에 꼭 맞는사람같다.
대지의 봄은 계절의 질서를 따라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우리들 인간의 봄은 인간 스스로의 창조적인 노력없이는 찾아오지도, 피어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모든 인간이 같을 수는 없다. 빠르게 피어나는 사람이 있으면 또 늦게 꽃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고 한다.
김유한씨는 원석우리에서 나고 자랐다. 노부모를 모시고 살고있는데 원래 가난하여 아직도 집 한칸 자기 것을 갖지 못한 채 생활보호자의 신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그러나 김유환씨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도리와 이치는 알고있다.
“산다는 것은 느끼는 것이며, 느끼는 것은 사물의 가치를 포착하는 것이다. 가치란 사물의 소중한 성격이며 사물로 하여금 존
재할만한 것 즉, 매력있는 것이 되게하는 것이다.” (해방신학자 보프)
김유한씨는 삶의 맛을 느껴보지도 못했고 사물의 소중함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는 그날그날의 먹거리를 찾아 헤매면서 세월을 흘려보낼 수 밖에 없었던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팔을 걷어부치고 땀의 댓가를 구하고저 열심히 일을 하였으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가난이란 쓰디쓴 잔 뿐이었다.
그러나 김유한씨는 다시 일어섰다. 그에게는 아직 건강이 있고, 젊음이 있기에 할 수 있는 일, 돈이 되는 일이면 땀을 흘리며 뼈가 부서져라 일을 하였다. 그렇지만 가난의 깊은 골짜기를 메울 수는 없었다. 노부모를 모시고 살기에 허탈감은 더욱 깊었던 것이다.
작년 봄에는 남의 밭 만평을 도조내어 자본이 적게 드는 무 씨를 뿌렸다. 종자대와 비료값, 인건비등은 추수 후에 갚기로 하고
외상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첫해 농사에서는 재미를 보지못했지만 외상대금과 밀린 인건비는 갚을 수 있었다. 이에 큰 힘을 얻은 김유한씨는 생업자금 700만원을 93년 4월에 융자를 받았다. 그리고 동생 김인환씨가 큰 도움을 주었다. 인환씨는 사우디에서 모래와 태양과 더위를 이겨가면서 부지런하게 일을 했다. 그는 남과 같은 수준에서 살만큼만 남기고 봉급을 꼬박 형 유한씨에게 송금해 주었다. 그래서 작년 가을 암소 6마리를 사서 어줍잖게 울타리를 둘러 외양간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유한씨에게는 가난의 시련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금년 들어 어미소가 새끼를 사산하는 쓰라림을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겪어야 했다. 그것도 낮이 아니고 한밤중의 일이었다. 온 식구가 어미소에 매달려 땀범벅을 하였지만 허사였다.
그 허탈감은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고 허공만 바로본다.
엎친데 덮친다고 작년 가을 만평이나 되는 무 농사는 값이 없어 태반은 밭에서 썩혀야 하는 아픔을 또 맛보게 되었다. 겨우 인건비만 건진 채 종자대, 비료값, 트렉터 임대료는 고스란히 빚으로 넘어와 큰 눈덩이가 되었다.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김유한씨에게는 매년 실의와 쓰라림이 거듭되었다. 그러나 그는 쓰라림을 발판삼아 일어서고 또 일어나고 있다.
쇠도 불속에서 녹이고 걸러서 단련되야 좋은 금으로 태어나듯 사람도 온갖 어려움과 가난과 좌절을 맛보면서 단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유한씨는 또 일어섰다. 송아지 두마리를 잃었고 작년의 밭농사를 망쳤지만 금년에 또 도조를 얻어 만평에 종자를 뿌렸다.
파릇파릇 새생명이 돋아나는 걸 보니 어제의 시름은 싹 가시고 김유한씨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광선이 수정(水晶)에 투사되면 수정은 전혀 새로운 빛을 발산한다. 작년에 많은 빚을 몰고왔던 밭에서 다시 새생명을 보게되는 순간, 자연의 조건없는 혜택에 무한한 연민의 정을 느끼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욕망이 솟구친 것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암소 열마리가 될때까지 남의 밭을 갈며 땀을 거름삼아 열심히 일을 하겠단다. 애미소 6마리에 송아지 3마리가 젖을 빨고 있으니 그 소망도 머지않은 장래에 이룩되리라 믿고있다. 형과 아우가 함께 흘린 땀의 결정체가 열매를 맺을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곤궁에 빠져있는 사람을 많은 사람들은 외면하고 지나갔지만 착한 사마리아인은 그를 도와주었다. 가까운 우리이웃의 어려움과 가난을 보고도 외면한다면 내마음은 평화로울 수 있을까?
김유한씨는 노부모를 모시고 가난과 싸우면서 설흔일곱이란 나이에 아직도 총각으로 살고 있다.

서금구/당진시대 객원기자
합덕대건노인대학
(0457)363-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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