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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구의 사람아 사람아-합덕 용천회 전명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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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살의 효자농군

합덕 용천회 전명기 회장

서른세살의 효자농군

남미의 칠레와 페루국경에 자리잡은 안데스산맥의 상봉에는 양팔을 벌리고 온천하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예수의 동상이 서 있다. 이 예수상은 칠레와 페루가 오랜 전쟁을 겪는동안 한 이름없는 할머니의 가슴에서 외치는 소리를 양쪽정부에서 받아들인 결과 얻어진 값진 걸작품인 것이다.
“대포와 총을 다 거두고 쟁기를 만들어 농사를 지으며 서로 평화롭게 살자”는 그녀의 외침에 전쟁은 끝을 맺고 평화의 상징
으로 대포와 총의 쇠를 녹여 예수상을 양국의 국경선에 세우게 되었다. 페루와 칠레 두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의 평
화를 바라는 뜻에서 온세상을 끌어안은 예수상인 것이다.
며칠전 TV화면에 검은 복면을 하고 손과 손에는 쇠파이프를 든 청년들이 나타났다. 이것은 영화를 촬영하는 장면이 아니라 파업데모를 하는 실제상황이었다. 안데스산맥의 팔을 벌린 예수상과 쇠파이프를 손에 움켜 쥔 복면을 한 청년들과 화면이 서로 겹쳐서 머리속을 오락가락하기에 적어 본 것이다.
용천회!
이름만 들어도 대길(大吉)이 감돌아치는 좋은 수가 생길듯한 이름이다. 하루에 샘의 물빛이 서너번씩 변하여 용이 살고 있다가 하늘로 올라간다는 전설이 담긴 용충(龍沖)샘이 합덕리에 있었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어 아쉬움이 있지만 여기서 모임의 제호를 정하고 또래끼리 오손도손 일상사에서부터 어른들의 애경사에 이르기까지 함께하는 끼리끼리의 모임체이다. 금년도 회장 전명기(33세)씨를 만났다.
요새 젊은이로서는 드물게 보는 농사꾼이다. 넓은 들녘인 우강면 내경리에서 만여평의 논을 주무르고 가꾸며 갈고 다듬으면서 살고있는 농촌의 파수꾼이다. 손에는 쇠파이프와 피 흘려 죽도록 투쟁한다는 의미가 담긴 붉은 머리띠를 동며매지는 않았어도 밀짚모자를 푹 눌러쓰고 경운기와 트랙터를 손에 잡고 흙을 가르는 농군이다. 뜨거운 햇살에 검게 그을린 얼굴과 팔뚝, 늠름하고 믿음직한 우리나라의 대들보인 것이다.
전명기 회장은 위로 할머님과 어머님을 모시며 부인과 아들둘과 함께 유복하고 평화스럽게 살고있는 효자중에 효자인 농사꾼이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4H운동에 적극 참여하였으며 92년도에는 영농후계자로 선택받아 더욱 굳건한 의지로 농촌을 지키며 농사에 열을 올리는 모범청년인 것이다.
용천회에 대해서 물었다.
“저희 용천회는 88년도에 김현배 회원등 몇몇 뜻이 같은 또래끼리 모여 서로 돕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자는 기본바탕을 깔고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30명의 회원으로 커졌으며 우리 어버이들이 농촌사회에서 간직했던 대동계나 두레를 오늘에 맞게 변형하여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회원중에는 저와 같은 농사꾼도 있고, 작은 규모나마 자기사업을 하는 사람들과 충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구나 용천회의 이상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면 전회원의 동의를 얻어서 회원으로 입회를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뚜렷하고 거창한 목표는 설정돼 있지 않지만 어른들을 공경하는 효친사상을 밑자락으로 깔고 회를 운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인들을 자주 찾아가 대화를 나누며, 회원들의 애경사에는 회원 전원이 함께 참석하여 어려운 일을 나누어서하며, 산역이나 상여를 메는 것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년에 2회씩 회원들의 온가족이 함께 모여 야유회등을 열고 있으니 가족간 공동의식과 더불어 사는 진솔한 맛과 멋을 나누는 것에 큰 의의와 뜻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성현들의 가르침을 익히고 배우는 뜻은 그 가르침을 통해서 현재의 나 자신을 읽으며, 알기위한 것이다. 그 교훈에 나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내 모양새를 보고 내 인성을 봄으로써 나의 실체를 인식하고 새롭게 거듭나려고 하는 동작인 것이다.
이와같이 우리모두 함께 살아갈 때 집도 이웃도 공동체의식에서 굳건해질 수 있다. 더불어 잘 살아가는 덕목을 젊었을 때부터 쌓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용천회원들과 같이 밝은 대낮에 떳떳하게 일하고 서로돕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나라가 더욱 발전되는 것은 불을 보듯 환한 일인 것이다.
복면으로 자기모습을 가리고 쇠파이프로 중무장을 하지않아도 잘 살길이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이다.
영국의 재상을 지낸 토마스 모아경은 왕의 부정한 일을 탄핵하다가 단두대의 신세가 되었다. 목 자르는 형틀에 목을 넣고 곧 목이 잘려 죽는 순간 형리에게 의연하고 태연하게 말했다.
“내 수염이 흐트러졌는데 곱게 추스려주게나”

서금구/본지 객원기자
합덕대건노인대학장
362-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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