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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와 미녀
2006년 03월 03일 () 13:01:00 webmaster@mjmedi.com
   
 
야수의 거짓말이 부른 좌충우돌 로맨스

바야흐로 추운 겨울이 지나고 꽃피는 춘삼월이 시작되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부터 우리집 식탁엔 그간에 볼 수 없었던 과일과 야채들이 풍성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어머니 말씀처럼 이맘 때엔 몸이 이런 것(비타민)을 원하는 것 같다. 여하튼 봄은 모든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하는 시기이기에 영화도 칙칙한 내용보다는 상큼한 내용의 영화를 보는 것이 눈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가 가볍게 보면서 웃을 수 있기 때문에 봄에 보기에 딱 적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05년에 개봉했던 <야수와 미녀> 역시 상큼 발랄한 젊은이들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해주는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한다.

만화 영화 ‘괴물’ 소리 전문 성우 구동건(류승범)은 시각장애인 장해주(신민아)를 우연히 만나 서로 사귀게 된다. 해주의 손발이 되어 노력하는 동건은 자신의 모습을 궁금해 하는 해주에게 이마에 큰 흉터가 있는 험악한 인상 대신 얼떨결에 고교 동창 킹카였던 탁준하(김강우)의 외모인양 자신을 설명한다. 그러나 곧 해주가 수술을 받고 눈을 뜨게 되자 동건은 거짓말이 탄로 날까 안절부절 못한다. 그래서 동건은 자신을 친구라고 속이며 해주에게 동건이는 하와이에 출장을 갔다는 거짓말을 해버린다. 그 와중에 해주는 동건이의 고교동창 킹카 탁준하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늘상 모든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그렇듯이 <야수와 미녀>도 계속되는 사건 속에 주인공이 엇갈리거나 엉키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그 속에서 간간이 웃음과 눈물을 제공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냥 그런 영화로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박찬욱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이계벽 감독의 연출력이 발휘되고 독특한 스타일을 구사하면서 <올드보이>를 패러디한 장면이나 배우들의 오버 연기이지만 눈에 거슬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들이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특히 구룡파 식구로 등장하는 최도식(안길강)의 역할이 이 영화의 재미를 살리는 양념으로써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왜 제목이 <야수와 미녀>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과연 얼굴에 흉터가 있다는 이유로 류승범이 야수라면 이 세상에 야수 아닌 남자들이 몇이나 될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또한 야수의 상대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김강우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단순무식한 성격의 검사로 단지 얼굴만 멋있게 생긴 설정으로 나오는데 사실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나름대로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일침을 놓으려고 한 듯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요소는 이 영화가 가진 최대의 단점이 되고 말았다.

이는 신민아를 미녀로 만들기 위해서 공주 같은 의상을 계속 입히는 것과 같이 단순히 보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좀 더 확실하게 비견되는 캐릭터 설정과 주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면 <야수와 미녀>는 처음 시작할 때의 상큼함이 점차 뒤로 가면서 맥이 빠져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영화의 상영시간이 짧은 관계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으며, 이 봄을 즐겁고 가볍게 시작하기 위해 보기에는 제격인 영화라는 것에 큰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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