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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1.03.05 00:00
  • 호수 360

“좀더 뒤에 서 있을께요. 아직 배울 게 많거든요” - 김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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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분과 분과장 김명회

[마당]
“좀더 뒤에 서 있을께요. 아직 배울 게 많거든요”

당진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분과 분과장 김명회
냉장고 속 정리하고 먹거리 간소화부터 했으면 해요
목욕탕에서 물 좀 콸콸 틀어놓지 말구요

아주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이 한 존재의 숨결이라는 생각. 그 숨결 위에 실곰팡이처럼 가늘게 붙어 지상에 가득 살아가는 우리들이라는 생각.
그래서 너도 나도 모두 하찮지만 너도 나도 모두 귀하다는 생각. 서로 남이 아니라는 생각.
섬광처럼 짧게 그 생각이 지나가 버리면 그런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붙잡아야 하는 유일하게 진정한 어떤 것이 아닌가 안타까워진다.
한때는 그들 중에서도 미끈한 사람들이 좋아보이던 때가 있었다. 생김새도 미끈하고 말솜씨도 미끈하고 그 말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생각마저 미끈한 것일 때에는 ‘세상에, 저사람은 어떻게 살았길래 저렇게 반듯할까’ 부럽기도 하고 경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세상의 복이 한사람에게만 넘치도록 주어지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는 겉으로 미끈한 사람들을 보면 그사람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근심거리나 거친 마음 한 구석이 있을 것을 짐작하게 되고 겉으로 어딘지 서툴고 거친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 어딘가에 둥글게 다듬어진 구석이 숨겨져 있을 것을 생각해본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겉이 잘 다듬어진 사람보다는 겉이 잘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더 매력있어 보인다. 겉이 미끈한 사람들의 일그러진 속을 들여다보게 되는 일 보다야 겉으로는 그럴 듯해보이지 않아도 새록 새록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사람이 훨씬 멋있다.
당진읍에 사는 김명회(43세)씨는 그런 멋을 지닌 사람같다. 그를 아는 누군가에게서 소개를 받고 인터뷰를 청했을 때 그녀는 극구 사양을 했다. 그 사양의 정도가 지나쳐 그냥 좀 겸손을 떠는 것이 아님을 눈치챘을 때부터 김명회씨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번을 다짐과 부탁을 하고 나서야 김명회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명회씨를 대표하는 첫 번째 이력은 ‘전업주부’다. 축산을 하는 남편과 대학생 딸, 고등학생 아들을 뒷바라지 하는 평범한 주부다. 하지만 새벽에는 남편을 도와 일을 하기 때문에 남보다 조금은 더 바쁜 주부다.
인삼보다 더 간수하기 힘들다는 “고3”아들을 둔 덕택에 올해 간부직을 면제받긴 했지만 여협 소속의 주부교실에서 부회장을 맡아오기도 했다.
나이 30중반에 접어들기 전에 뭔가 세상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생각, 뭔가 세상에 대해 쓸모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부교실의 문을 두드린 지 벌써 8년째.
김명회씨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그동안 한 것이라곤 남들 따라다니며 열심히 뒤에서 배운 것 뿐이다.” 스스로 말주변이 너무 없다고 생각하는 김씨. 이 대목만은 정말 자신있게 말한다. 그런데도 김씨가 주변의 신용을 얻고 있는 걸 보면 틀림없이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사람일 게다.
현재 김씨를 대표하는 이력은 ‘당진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분과 designtimesp=30226>의 분과장이다. 1999년 9월 환경운동연합의 창립 때부터 이모임에 가담했다. 현직 상임의장으로 있는 김순동회장의 추천으로 평회원에 가입해 여기까지 왔지만 다른 양식있는 주부들처럼 김씨가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김씨에 따르면 그것은 모두 여협에서 진행해온 교육 덕택이다. 교육도 다니고 봉사활동도 다니고 청소도 다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많은 부분이 생활화 되었다.
특히 물자절약과 쓰레기 분리수거는 몸에 배어 버렸다.
김씨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은 대중탕에 다녀오는 날이다. 사방에서 목욕물이 철철 넘쳐나고 심지어 사람은 탕속에 들어가 있는데 샤워기 물이 콸콸콸콸 넘쳐 배수구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보면 아찔하다. 물이 함부로 쓰여지는 것도 아깝지만 쓰지도 않은 깨끗한 물이 다른 하수들과 섞여 버려지는 것이 여간 아까운 게 아니다. 그 물이 정화되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들지 사람들은 생각도 않는 것인지... 자기 집 물이라면 수도요금이 아까워서라도 그러지는 못할텐데.
“처음에는 속만 상해가지고 어쩔 줄을 몰랐는데 나중에는 안되겠더라구요. 이래선 안되겠다 생각하니까 용기가 나더라구요. 그 뒤로 그런 경우를 보면 일단 잠그고 일단 한마디를 하죠. ‘내맘이지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싸움을 거는 사람도 있어요. 딸아이도 목욕탕에서 자꾸 시빗거리가 되는 엄마가 챙피하다고 하더니 이젠 걔도 곧잘 챙겨요. ”
“저는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사람들이 왜들 그럴까. 정말 자기 집에서 목욕을 한 대도 저렇게 할까. 틀림없이 아닐 거예요. 자기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예요.”
아끼는 생활이 낳은 것은 쓰레기 배출량의 감소다. 식구가 많지는 않지만 김씨네 집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한달에 20L들이 서너봉이다.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에서 각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량을 조사한 결과 보통 일주일에 20L들이 2개, 5일에 1개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비해 적은 편이다.
분리수거야 요사이 워낙 대중화되었지만 아파트도 아닌 조그만 단독주택에서 까다롭게 지키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덕분에 25평짜리 아담한 김씨의 집은 분리수거통 서너개가 현관을 장악해 좁기도 하고 왠지 너절한 느낌도 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한 불편이야...
“제가 최근에 배운 건데요, 우선 냉동실 속부터 비워야겠더라구요. 거기에는 너무 오래 돼서 이미 먹을 수 없게 된 음식들이 꼭 꼭 모셔져 있잖아요. 아마 집집마다 한 양동이씩은 될 걸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쓰레기로 만드는지, 그리고 그 쓰레기를 보관하느라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환경요? 주부로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좋을 지 모를만큼 해야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우선 이 냉동실 비우기부터 했으면 좋겠네요.”
김씨의 주장은 우선 우리의 음식문화부터 간소화하자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사고, 산 것은 일주일 안에 다 응용해서 먹자는 것이다. 그러면 쓰레기도 줄어들 것이니까.
김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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