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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1.03.05 00:00
  • 호수 360

[진단]김낙성 군수 읍면순방/매년 반복되는 민원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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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연례행사 아닌가” 평가 필요

진단 / 김낙성 군수 읍면순방

매년 반복되는 민원 ‘수두룩’
“형식적인 연례행사 아닌가” 평가 필요

김낙성 군수의 12개 읍면순방이 지난 16일 모두 끝났다.
1일 1곳씩 방문했던 예년과 달리 폭설피해로 일정을 축소해 1일 2개 지역씩 강행군을 한 김 군수는 이 기간동안 모두 1천여명의 주민들을 만나 올 한해 군 행정의 방향과 사업들을 설명하고 주민들의 애로가 무엇인지 어떤 숙원사업이 있는지 대화시간을 통해 청취했다.
김 군수의 순방에는 군 주요부서의 실·과장은 물론, 6급 담당들과 행사관련 공무원 등 20여명이 동행, 이동군청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해동안 추진될 군정을 주민들에게 직접 알림으로써 군정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주민들의 진솔한 여론을 수렴해 군정에 반영한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 김 군수는 전체 행사시간의 절반 가량을 주민과의 대화에 할애함으로써 읍면순방의 본 취지를 살리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이다.
참석주민들도 자신들이 낸 세금이 한해동안 어디에 쓰여지는지 자세히 알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자 평소 군정에 바라는 바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군수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는 기회라는 데에 의미가 큰 행사로 보고 전에 없이 높은 참석율로 군수순방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중요성과 주민들이 거는 기대에 비해 김 군수의 읍면순방은 매년 형식과 내용 모두 별다른 변화가 없어 새해가 되면 의례적으로 치러지는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평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주민여론 얼마나 반영되나

이같은 평가의 배경으로 주민건의내용 중 수년째 반복되는 민원이 적지않다는 것과 김 군수의 답변 또한 ‘검토하겠다’, ‘현장 확인해 조치하겠다’ 등 의례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했던 송산면의 한 주민은 “4년째 똑같은 건의를 했다”며 “예산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건의한 내용이 타당성이 없기 때문인지 반영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악면의 한 주민은 “면에서 행사전에 미리 질문내용을 파악해 군에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건의될 사항에 대해서 사전확인을 거쳐 당일날에는 속시원한 답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군수의 답변은 여전히 ‘현장 확인해보겠다’는 것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이 과거에 건의한 사항들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어떠한 이유로 지연되고 있으며, 전망은 어떤지 명백히 제시해 준다면 적어도 같은 민원을 수년째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민의견을 듣는 것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성의있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는 것.
또 한가지, 소관기관이 당진군이 아닌 민원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김 군수의 답변이 안일하다며 답답해 하고 있다.
고속도로의 건설과 지방도의 확포장, 간척사업 등 정부투자기관이 시행하는 사업들이 많아지면서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군수순방에서도 주민건의내용 중 상당부분이 이들 기관과 관련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김 군수의 답변은 ‘소관기관에 건의해야 한다’, ‘해당기관과 협의하겠다’는 것이나 실제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지적이다.
고대면의 한 주민은 “지난해 순방 때에도 건의해 해당기관과 협의해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실제 조치되는 것이 없어 해당기관을 방문했더니 당진군이 해야 할 일이라며 미루더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군수순방이 진정한 민의를 수렴하는 장이라기 보다 군수가 새해인사를 다니는 연례행사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주민들도 적지않은 실정이다.

진행방식엔 문제없나

2시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군수순방은 통상 1시간은 군수, 도의원, 군의원의 인사말과 면정·군정보고로 채워지며 나머지 1시간은 주민과의 대화로 진행된다.
군정을 알리는 것도 행사의 큰 축이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가급적 자신들과의 대화에 많은 시간이 주어지길 바라고 있다. 의례적인 인사말은 가급적 줄이고 장황한 면정·군정보고도 유인물로 대체할 것은 대체하고 일방적인 보고형식 보다는 군정·면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쌍방향의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로포장 건의 하기에는 아까운 시간

올해 순방에서 쏟아진 주민건의사항은 13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중에는 군행정의 변화를 촉구하는 무게있는 의견제시도 있었지만 대부분 농로포장, 하천정비, 경로당 신축, 승강장시설, 버스노선 신설 등 마을단위의 숙원사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군수순방에서 꼭 이러한 내용들이 논의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마을숙원사업은 이장, 읍·면, 지역구 군의원을 통해 전달될 수 있는 사안인데다 이미 한해 예산이 다 짜여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행사라는 사실에서 숙원사업 논의는 행사의 성격과 시기적으로 볼 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합덕의 한 주민은 “마을 숙원사업들은 새해 예산이 수립되기 전인 9월달에 이장을 통해 읍으로 보고가 되며 우선 순위와 배정예산의 규모에 따라 사업시행 여부와 사업량이 정해지는 것으로 안다”며 “군수순방에서 건의하는 것은 한번 더 다짐을 받기 위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다양한 입장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인만큼 지역주민의 중지가 필요한 굵직한 현안에 대해 깊이있는 토론이 진행되는 자리여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다.

군수순방을 지역현안 토론회로

가령 송악면 순방이라면 송악면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는 기지시줄다리기를 관광상품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주제로 잡아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지역의 문화재를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킨 사례를 수집, 주민들과 함께 내용을 공유하고 주민들이 해야 할 역할과 당진군이 해야 할 과제를 도출해내고 실천을 결의하는 자리로 만들자는 것이다.
합덕이라면 경기침체로 답보상태에 있는 운산지구 구획정리사업의 문제라든가 지역경제의 활성화 방안이 주제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당진군이 아닌 다른 기관소관인 민원이 많은 지역의 경우 해당기관의 관계자도 참석시켜 함께 토론한다면 내용적으로 보다 더 충실한 행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군수 읍면순방 역시 발상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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